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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7. 2016

아수라

물고 물리는 세상이 현실이다. 

또다시 남자들의 영화가 등장했다. 

남자들의 영화들은 의리 있고 멋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물고 물리고 조그마한 이득에도 신의를 아무렇게나 버릴 수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그려내는데 많은 비중을 둔다. 영화 신세계가 그랬고 범죄와의 전쟁 역시 그런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인간의 태어났기에 산다는 말이 있다. 자유의지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태어날 때 환경을 택해서 태어날 수도 없다. 잘 태어나는 것은 불가능이 아니라 애초에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최근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라고 부를 수도 있는 계층들의 일탈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힘이 있을수록 돈이 많을수록 그들의 세계는 더 지저분하고 더 썩어 들어갈 가능성이 더 크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일탈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들의 일탈에서 희생되는 이들은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다. 아수라 같은 있는 세상은 바로 지옥과 같은 세상이다. 


겉에서 보기에는 정치인들은 환한 웃음을 웃고 민생 행보를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비열한 존재일지 모른다. 차라리 얼굴에 속내가 드러나는 사람이 불편하지만 훨씬 깨끗하다. 정치인들은 속내를 절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엄청난 내공을 쌓은 존재들이다. 아수라에서 시장인 박성배는 겉에서 볼 때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가장 지저분하다. 그리고 그 지저분한 뒷수습을 조금 덜 나쁜 놈인 강력게 형사에게 맡긴다. 

아내의 병원비를 핑계로 악인의 길에 들어섰다는 한도경 역시 배려할 가치가 없는 악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 악인을 뒤에서 물고 늘어지는 것은 검찰 수사관 도창학이고 그 위에는 박성배 시장을 끌어내리려는 검사 김차인이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사회는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 성공과 돈이 목적이고 정의가 되는 세상에서 검사 김차인와 도창학은 법에서 허용되지 않은 수단도 활용한다. 그런 아수라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바로 같이 물드는 것이 최선이다. 한도경의 후배 형사 문선모가 그렇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겉에서 보았을 때 문제가 되는 것도 조직 내에 들어가면 문제로 보이지 않고 아름다운 우정처럼 그려진다. 그들에게서 어떠한 반성도 고민하는 모습이나 성찰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제각기 이득을 위해서라면 상대가 누구든지 이용할 자세가 되어 있고 사정없이 물어뜯을 자세가 되어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청담동에서 주식 사기꾼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보고 드는 생각이 있었다. 악이 보여주는 신기루 같은 꿈을 좇으며 사는 불나방 같은 사람들이 없다면 그런 허황된 사기를 칠 수 있는 기회도 없다. 누군가는 방송사를 욕하기도 하지만 방송사 역시 이득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지 정의나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 아니다. 약함을 선량함으로 포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여지를 갖고 있는 셈이다. 

얼굴이 삼면으로 둘러싸여 있고 손이 여섯 개인 존재는 서양이나 인도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싸움의 신이기도 한 아수라는 인간 세계의 가장 밑바닥을 보여준다. 신의 세계나 아수라의 세계에서는 선과 악이나 합법과 불법이라는 구분 자체가 없다. 그건 인간세상에나 존재하는 것이고 기도를 한다고 해도 이루어질 가능성 같은 건 없다. 


"자, 이 쓸모없는 자들을 보라! 그들은 노력해서 부를 손에 넣었지만 그로 인해 더욱 가난해진다. 그들은 권력을 원하고, 무엇보다도 권력의 쇠지렛대인 많은 돈을 원한다. 이 무능한 자들이! 이 날쌘 원숭이들이 기어오르는 모습을 보라! 그들은 서로 상대의 등을 넘어 기어오르고, 그리하여 서로를 진흙과 심연 속으로 끌고 들어가 북적댄다. 그들은 모두 왕좌에 오르려고 한다. 그들은 행복이 왕좌 위에 있다고 믿는데, 이것이야말로 그들의 광기다! 때로는 왕좌 위에 진흙이 있고, 또 때로는 왕자가 진흙 위에 있는데 말이다. "


-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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