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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치는 여름빛

비 오는 날 예술향기가 있는 태안 청산수목원

물이 담겨 있는 연못에서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돌을 던져보는 것이다. 잔잔하던 물의 표면이 물결을 치면서 파동이 만들어진다. 물 멍을 하면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물결치는 여름빛이 그렇게 만들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아~ 물결치는 여름빛은 저렇게 퍼져나가는구나 하면서 어떤 신념은 우리를 주저앉히고, 어떤 신념은 우리를 나아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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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태안에 자리한 청산수목원이라는 곳이다. 청산수목원은 다양한 수목도 있지만 예술작품이 어우러지는 수목원이기에 예술가들의 생각이 읽히는 곳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은 평생을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과 경제적인 길목에서 항상 고뇌하며 살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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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작품 속 배경과 인물을 만날 수 있는 테마정원과 계절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산책로가 있는 청산수목원은 크게 수목원과 수생식물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황금 삼나무, 홍가시나무, 부처꽃, 앵초, 창포 같은 익숙한 수목과 야생화 600여 종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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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수목원은 사진 찍기에 좋은 그림 같은 풍광이 많다. 청산수목원을 가꾼 것은 대를 이어 이 땅을 물려받은 사람이 꾸며놓은 필생의 역작이기도 하다. 우리 역사와 자연, 고유한 문화를 그대로 수목원에 그려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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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있는 사람은 그 땅에 무언가를 심어 기르는 사람은 보수적인 성향을 띨 수밖에 없다. 인간이 수천 년 간에 걸쳐 이어온 자연의 법칙에 기대어 살아가기 때문이다. 보수적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지켜왔던 원천의 지혜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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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지고 이곳을 돌아본다면 자연이 들려주는 메시지와 예술가들이 어떻게 살아왔을지에 대해 볼 수 있다. 어릴 때 기억이 나는데 수첩처럼 되어 있는 곳에 예술가들의 그림 스티커를 붙이면 완성되는 것이었다. 그때 기억나는 화가는 렘브란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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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의 네덜란드의 국민화가였던 렘브란트는 젊었을 때 화려한 생활을 누렸으나 경제관념이라던가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소신을 펼치려 했지만 그의 노년은 경제적으로 초라하기만 했다. 안 올 것 같은 노년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온다. 모든 것을 균형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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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지만 생각보다 불안하게 쌓여 있는 돌 더미 이곳저곳에 식물을 심고 물이 마를까 봐 물도 채워 넣고 괭이질을 하고 잡초도 뽑아줘야 보기에도 좋은 정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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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이곳저곳을 거닐면서 피노키오의 모습도 보인다. 마치 세상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듯, 작은 몸집으로 힘차게 걸어 나가는 피노키오의 모습은 우리가 어릴 때 세상을 나가는 모습과 닮아 있다. 할리우드에서 만든 실사 피노키오는 올해 하반기에 개봉 예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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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원을 가꾸는 것은 생각해보기 쉽지 않지만 삶의 정원은 여전히 가꾸고 있다. 평생에 걸쳐 가꾸어야 할 삶의 정원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오직 자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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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첫 발걸음을 시작하면 비로소 삶의 정원이 만들어지며 그 안에 물이 담겨 있는 연못도 만들어진다. 연못 속을 가만히 바라보며 물결치는 여름빛을 보는 것도 때론 하얀 눈이 내려 백색의 아름다움이 묻어 있는 겨울의 매력도 모두 자신의 정원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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