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에 온 방랑자가 찾은 여수의 금오도
적어도 아직까지는 지구에서 벗어나서 살고 있는 인간은 없다. 우리는 인간이며 아주 다양한 모습과 색채를 보여준다. 우리는 예전에 이곳에 살았던 사람과는 다르게 말하고 생각도 다르지만 여전히 세상과 장소를 우리의 희망에 맞춰 바꾸기도 하고 적응해서 살아간다. 일자리를 찾기도 하고 배우면서 다른 것을 보기 위해 방랑을 하면서 살아간다. 우주의 어떤 행성과 어울리는 방랑자 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각자의 별이 있다. 별이 어찌나 많은지 모두가 하나씩 가져도 충분할 만큼 여유가 있다.
여수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가는 아름다운 섬 중 금오도가 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한국섬진흥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지난 6월 여수 금오도를 이달의 섬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섬에는 사람이 살며 역사, 문화, 전통, 먹거리, 볼거리 등이 있다. 여수 금오도는 상당히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곳이다.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금오도는 조선시대에 고종황제가 명성황후에게 하사했으니 매우 큰 선물이 된 셈이다. 조선시대에 황장봉산이었던 금오도다. 황장봉산이란 궁궐을 새로 짓거나 보수할 때, 판옥선을 만드는 재료인 소나무를 가꾸던 곳으로, 황장봉산으로 지정되면 일반인의 나무 벌채와 입산이 금지된다.
아름다운 운무와 바다가 물들어 있는 이곳에는 비렁길이 있다. 금오도는 영화의 배경지식도 했는데 영화 혈의 누에서 나오는 동화도가 바로 이곳이 배경이었다고 한다. 사회가 폐쇄되고 작을수록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옳고 그름을 알 수가 없다. 정상적이라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 이상한 평화라던가 잔혹성이 무뎌지게 될 수도 있다.
두모리의 직포 해송림은 선녀가 소나무로 변한 것이라고 하는데 암석해안이 대부분인 금오도의 서남쪽은 높은 절벽을 이루고 있다. 모습이 자라와 닮았다고 해서 금오도라고 불린 섬에는 최근 방풍 막걸리가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금오도에서 나는 방풍은 다도해의 청정 해풍을 맞고 자라 맛과 품질에서 으뜸이다. 이곳에서 방풍나물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방풍 잎이 들어간 생막걸리는 다음에는 꼭 먹어봐야겠다.
아련한 섬의 기억을 간직한 이곳은 아름다운 섬이라 불릴만하다. 전라남도 여수시 남면에 딸린 섬으로 면적 26.999㎢, 해안선 길이 64.5km의 금오도는 여수시에 속한 섬 중 돌산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비렁길은 1코스부터 5코스까지 총 5개다. 모든 코스는 5km 이내로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하늘이 이렇게 찌푸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왜일까. 금오도의 바다색과 하늘의 구름 색이 마치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있는 것만 같아 보인다.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화려한 비 단색이 절벽 아래로 펼쳐져 있고 섬과 섬 사이에는 절벽이 비렁길의 곳곳에서 보인다.
다시 절벽 쪽으로 조금 더 나아가 보았다. 코끼리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물을 먹고 있는 동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섬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면 이곳을 처음으로 가보는 것도 좋다.
잠시 멈추어 서서 금오도의 산을 바라본다. 길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있지만 인생에서 올바른 길은 아주 좁다. 그것을 찾는 것은 중요한 것이지만 찾으려는 사람은 적다. 현명한 사람만이 단번에 진실의 길을 갈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어간다. 그 늪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들만 있기 때문이다. 잡으면 잡을수록 빠져든다. 지구별 방랑객이 방문한 금오도는 여름의 에너지가 있는 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