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가우도에서 만난 여름바다
매년마다 느끼는 여름의 기억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사람마다 보고 싶은 것이 있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있겠지만 우연하게 만난 시간과 공간에서 새로운 풍광을 포착할 때가 있다. 빛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바꾸기도 하고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삶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달라지겠다는 의지의 발현이기도 하다. 여행은 넓게는 인류의 삶에 물줄기를 바꾸는 것이기도 했으며 개인에게도 달라지게 되는 분수령이 되기도 하다.
여름날의 포착을 위해 강진의 가우도라는 섬을 찾아가 보았다. 대한민국에서는 사람들이 사는 유인도도 있고 무인도도 있는데 강진만에는 8개의 섬이 있는데 그중에 유일한 유인도로 가우도라는 섬이 있다. 섬의 생김새가 "소의 머리"와 닮았다고 해서 불러진 가우도는 두 개의 면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이다.
해가 뜨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여명이 강진의 바다와 출렁다리를 비추고 있다. 해가 뜨지 않은 시간이지만 적당하게 시원한 바람과 적당한 빛이 주변을 밝혀주고 있었다. 가우도로 건너가는 다리는 출렁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지만 실제 수많은 관광객들이 넘어가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뚜벅뚜벅 건너서 신발과 부딪치는 나무소리를 들으면서 건너가 본다. 가우도에서 많이 잡히는 해산물은 멍게를 비롯하여 개불, 꼬막, 낙지, 키조개 등으로 이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중요한 소득원이기도 하다. 바다가 고요하기만 하다. 상당히 덥던 날씨는 잠시 사그라들어 있어서 이 시간에는 걸어서 건너가 볼 만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해가 저 산너머로 떠올라서 강진의 출렁다리를 비출 듯하다. 아직 해안가를 거닐면서 돌아보기에 좋다. 가우도의 해안선은 2.5km에 달하는 이곳은 바다를 보면서 걷기에 최적지이다. 대부분의 길이 나무데크로 이어져 있어서 걷는 데는 매우 수월하다. 중심에 있는 보은산이 소의 머리라면 섬의 모양은 소의 멍에를 닮아 있는 가우도다.
아까 걸었던 길이 나무의 소리였다면 이곳은 자갈을 밟는 소리가 자그락자그락 거린다. 저 해안가에 무언가 글씨가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 본다. 가우 두꺼비바위라고 쓰여 있다. 강진과 가우도를 연결해주는 밑으로 바다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해류가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강진의 여름바다와 그 하늘에 쓰인 문구가 "너라서 좋다"였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너라도 좋다가 아니라 너라서 좋은 것이다. 이제 해가 뜨는 풍광을 보기 위해 다시 돌아서 걸어가 본다.
이곳에서 보이는 바다는 모두 강진만과 연결이 되어 있다. 바다를 바라보면 사방으로 펼쳐진 바다 풍경 속에 무인도도 있고 해안경관을 만끽하면서 걸어보아도 좋다.
해가 산을 넘어서 이곳으로 건너오기 시작하는 것이 보인다. 강진의 출렁다리는 그 빛이 부딪쳐서 난간이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노을이 아닌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남녘 푸른 바다는 태양 아래 하루를 다시 시작하면서 필자에게 집에 잘 돌아갈 수 있는지를 물어준다. 여름날에 유난히 빛 고운 가우도의 햇빛을 만나거든 이 아침에 찾아갔던 가우도의 여름이 있었다고 써봐야겠다.
다리를 건너와서 다시 가우도를 바라보니 구름이 마치 모네의 풍경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해가 막 떠오르는 시간에 저 멀리 하늘로 솟아 있는 구름 위에 햇살이 대기에 부딪쳐 더욱더 푸른색이 쏟아져내린 보석처럼 찬란하게 보인다. 사랑하는 이의 머릿결을 쓰다듬는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가우도의 여름바다에 카푸치노가 얹어진 향긋한 커피 한잔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