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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연대기

강진의 남파랑길 84코스 구간 걷기

시간적 관계를 결정하고 사건들을 일어난 순서대로 배열하는 데 쓰이는 방법인 연대기는 인류 역사를 기록하는데 효과적이지만 사람에게 국한되면 어떻게 될까.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여행의 관점으로 본다면 여름 연대기는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여름은 그냥 오는 것이다. 무엇이 먼저 오고 나중에 오지 않으며 경험은 그렇게 순차적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의미는 있다. 잠깐을 공유하는 삶의 시간이지만 여름 연대기를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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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이곳을 방문했을 때의 시간을 기억하지는 않는다. 삶의 해상도가 상당히 높다면 조각조각 내서 부분 부분을 기록할 수 있다. 적어도 배와 같은 모습을 띤 조형물이 있다는 것은 기억한다. 사초 해변공원이 자리한 이곳은 사내 방조제가 이어진 곳으로 사초리와 내동리의 앞자리를 합해 사내라 이름이 불려졌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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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어서 나와보면 다시 강진의 바다가 연결된 곳이 보인다. 낯선 장소지만 어떤 기록이 어울릴지는 생각해볼 수는 있다. 이 순간만큼은 필자의 발걸음을 기록한 여름의 연대기다. 모든 생각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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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섬이 있는데 방조제로 인해 연결이 되어 육지처럼 된 곳도 있다. 섬에는 누가 살지 잠시 궁금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혼자서 연대기를 기록하듯이 바다로 나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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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연대기를 쓰기 좋은 곳이 어디일까. 연대기가 쓰이기 좋은 곳으로 바다만 한 곳이 있을까. 이 넓은 바다에 어떤 생각을 쏟아부어도 다 수용해줄 것만 같다. 강진의 바다는 짙은색으로 채워져 있어서 무언가를 써도 잘 보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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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안쪽으로 들어오면 착시현상을 보여주는 것만 같은 해변이 나온다. 남파랑길 강진 84코스는 길게 연결되어 있다. 연대기를 쓸 때는 어디서 시작하는지 단정 짓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나중에 연결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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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지금도 상당히 중요한 자원이며 전 세계 군사강국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힘을 겨루고 있다. 바다를 상징하는 보석은 진주다. 엘리자베스 1세의 무적함대 초상화에서 진주는 왕족, 부, 권력뿐만 아니라 엘리자베스의 장점으로 꼽히는 처녀성과 정숙함의 상징이었다. 고대 문화권에서 무지개색의 진주는 달과 연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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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섬이지만 썰물때면 길이 열려서 저곳까지 가볼 수 있다. 달과 바닷물은 떼려야 뗄 수 없다. 바다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달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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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된 섬으로 가는 길의 아래에는 다양한 바다생물들이 바삐 오가고 있다. 원래의 연대기가 달력 체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도 모두 순차적으로 각각의 방법으로 살아가지만 모두 연대기를 기록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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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인어공주를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어둡고 사람과 사람의 믿음과 신뢰를 그리며 비극적이지만 가까스로 자기희생에 대한 보상으로 공기의 정령이 되어 착한 일을 하고 영혼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자 그런 이야기도 있지만 진주가 어디 있을 것 같은 희망을 품고 멀리까지 열린 이 길을 걸어보는 것으로 잠시지만 여름의 연대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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