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자치활동의 거점 공간 마산 예곡동
무언가가 남겨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뉴욕 등에서 시작해서 한국도 적지 않은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데 보통은 그라피티(Graffiti)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는 쓰다 도는 그리다 하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인 그라페인(Graphein)에서 유래했으며 이런 어원은 이탈리아어인 그라피아레 (Graffiare)에서 찾을 수 있는데 긁다는 뜻이다.
대도시나 먼 지역으로 가면 색다른 마을 색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창원은 특례시로 지정이 될 만큼 대도시지만 구석구석에는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전형적인 산촌마을도 볼 수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는 예곡동이라는 곳이 있는데 올해 초에 ‘예곡동 산수유 마을 관리소’ 개소식을 가졌는데 예곡동 산수유 마을 관리소는 지난해 6월 행정안전부 주관 ‘2021년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이 전국 10개소 중 한 곳으로 선정돼 조성하게 된 곳이다.
조금만 나아가면 바다로 갈 수도 있고 마산의 시내로도 갈 수 있는 예곡동이지만 이곳에 있으면 마치 산골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
마을 관리소는 빌라나 소규모 주택 밀집지역 등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산수유라는 이름이 붙은 것을 보니 산수유나무가 많이 심어진 것이라고 추측을 해본다.
구도심 외곽지역의 낙후된 주거환경으로, 복지 수요가 많은 예곡마을에 마을 관리소가 조성되면서 주민들은 그동안 제공받기가 힘들었던 주택 유지‧보수, 방역 지원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정겨운 느낌이 드는 예곡동에는 오래된 노거수의 아래에는 마을분들이 모일만한 정자도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공용주차장도 조성이 되어 있어서 주차를 하고 마을의 돌담길을 돌아볼 수도 있다.
예곡동 마을에 그려진 벽화를 보니 예로부터 어떤 장소에 자신의 흔적을 영원히 남겼으면 하는 갈망은 살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혹은 그 장소에 다시 갈 일이 없을수록 강렬해지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예곡동의 한 벽에는 꽃이 핀다라는 문구가 눈에 뜨였다. 고대의 시인 데오크리토스의 사랑 이야기만 들어도 우리는 가슴이 저며 드는 감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 헬레나의 이름을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는 플라타너스 껍질에 새겼다고 한다. 예곡동의 벽화에 꽃이 피듯이 마음의 꽃이 피는 그런 순간이 연상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