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찾아온 신리성지를 걸어요.
엄청난 비가 쏟아지는 여름이 때론 기억이 날 때가 있다. 여름에는 설렘, 사랑과, 그리움의 표면에 빗방울이 떨어지듯이 찾아온 무더위에 열병 같은 시간 속에 때 묻지 않은 풍경과 순수한 사랑의 절정을 날줄로 펼쳐내질 것 것만 같다. 더운 날이지만 설렘, 사랑, 그리움의 기억 속으로 사랑을 꿈꾸는 모든 사람을 이끌 공간을 찾아가 보고 싶어졌다.
초록이 넘실대는 풍경과 넉넉한 공간에 멀리 보이는 구조물이 자연을 배경으로 순수하고도 넉넉한 사랑을 아름답게 채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충청남도에는 대전교구 관할에는 당진 솔뫼성지를 비롯해 신리성지, 서산 해미순교성지, 보령 갈매못 순교성지, 서짓골 성지, 예산 여사울 성지가 있다.
비가 참 세차게 내리고 있지만 이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다. 매년 그해 여름이 찾아오겠지만 이렇게 글로 남기면 그때의 기억과 일상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조선 천주교 교회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신리성지에는 손자선 생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집 모양으로 만든 성인들을 위한 기도처도 5곳이 있고, 십자가의 길 14처가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이 힘들 때 언제나 누군가과의 시간을 기억할 수가 있다.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해줬던 시간이라면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누군가와의 여름이지 않을까. 100여 년 동안의 박해를 겪음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깊은 산속에서 소규모의 신앙공동체를 이루기도 하였으며, 이름도 남겨지지 않는 무수한 순교자에게도 그해 여름이 있었을 것이다.
비가 막 내리치고 있으니 자그마한 열린 공간의 집에도 물이 흥건하다. 잠시 안으로 들어가서 머물러본다. 이제는 성지로서의 수백 년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아름다운 이 공간은 매년 그해 여름을 기억을 담길 장소로 활용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탁 트인 잔디밭 위로 세워진 건축물과 조형물들은 성지가 아니라 이국적인 느낌의 공간과 같다. 여름의 소나기가 내리고 있지만 곳곳에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버그내 순례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마음의 안정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고대로 돌아가보면 상징에 물고기는 많이 등장한다. 김해에 도착했다는 김수로왕의 왕비가 된 허왕옥의 배에 물고기 문양도 있었다.
마음의 눈금이 많아지는 다양한 경험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알아가는 삶의 자세고 우리가 성숙해지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열린 공간에서 열린 생각으로 바라보다 보면 소통도 더 잘 될 수 있다. 당진에는 물고기 모양을 따라 걷는 순례길이 바로 버그내 순례길이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예수를 상징했다는 물고기 모양을 따라가다 보면 신리성지에 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