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병영성 홍교와 하고 저수지
인연의 실타래가 있다면 한 가지 색은 아닐 것이다. 하나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무지개색으로 보이듯이 한 명의 인연이 다른 사람에게 닿게 되면 다양한 색으로 바뀌며 삶의 곳곳에 스며들게 된다. 한 가지 색에서 시작해서 다채로운 색깔의 마음에 스며들면서 무지개 인연으로 만들어지면 좋은 인연일 것이다. 사람은 한 가지 색으로 규정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강진에 자리한 전라병영성은 여러 번 찾아가 보았지만 주변을 시간을 가지고 걸어본 적이 없었다. 그 주변에는 생각보다 걸어볼 만한 길도 있는 것이 여름날의 발견이다. 낯선 경험이 여행이 되는 시간이다.
저 앞에 보이는 오래된 돌다리는 홍교다. 홍교는 무지개 모양의 다리로 병영성 홍교는 전라도 병마절도사가 머물던 병영과 통행하던 다리다. 배진천에 놓은 다리이어서 배진강 다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병영성 홍교는 하고 저수지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하고 저수지에는 화사한 연꽃이 가득한 것이 무지개 인연에 걸맞은 그런 느낌이 든다. 고즈넉한 이런 풍광을 어떻게 지나칠 수 있겠는가.
어딜 가던 지간에 애틋한 사랑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홍교의 앞에서 사랑을 나누었던 남녀의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병영성 홍교는 사각형의 화강 석재 74개를 무지개 모양으로 만들고 막돌을 채워 보강한 다음에 점토로 다리 위를 다졌다. 지금은 홍예 부분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앞에 보면 홍예의 윗부분 중앙에 돌출시킨 용머리는 여의주를 입에 물고 풍운조화를 일으키려는 것처럼 보인다. 건축 연대는 숙종 무인년에 가선 동추와 경술에 승록대비가 된 유한계의 금의환향을 기념하여 양한조가 감독 준공하였다고 한다.
생활 터전을 완전히 시골로 옮기지는 않더라도 타지에서 일하며 다양한 삶을 경험하려는 트렌드 역시 로컬 여행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자연을 벗 삼아 여행하는 것을 그린투어리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험과 가치 소비에 비중을 두는 것은 로컬 체험의 확산으로 나아가고 있다.
휘감아 돌아가는 데크길과 그 위에 섬 같은 공간에 나무들과 작은 정자가 있다. 무지개색 중에 분홍색이 가장 좋은 색이지 않을까.
하고 저수지길은 전 구간 평지로 누구나 걷기 좋은 길로 여러 곳에 전망대와 쉼터도 있다. 걸으면서 연꽃도 보고 저수지에 비친 모습도 평화로워 보인다. 이 길은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지만 필자가 붙인다면 자신도 모르게 걷게 되는 저수지의 색깔로 달라지는 무지개 꿈길이라고 붙일 듯하다.
직접 다가가서 보니 머리가 엄청 크게 만들어져 있었다. 한 손으로 빰을 모두 감싸지 못할 정도로 얼굴이 크다. 그래서 손만 대보았다.
인연이 되었다면 그 사람은 한 가지가 아니라 다양한 색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무지개 모양의 다리의 홍교처럼 무지개 인연처럼 다채롭게 이어가다 보면 꽃이 질 때도 있지만 꽃은 다시 피기도 한다. 피었다 지었다를 한다고 해서 순간에 연연하기보다는 그렇게 손을 잡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