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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3. 2022

하동의 쉼표

여정 속의 쉼표를 찍어본 하동 이화 스마트 복합쉼터

아름답게 이어진 길과 아무 일이 없을 때에도 힘들게 걸어가는 길에도 모두 필요한 것이 쉼표다. 쉼표는 잠시 걸어온 길이나 이어온 여정을 돌아보는 잠깐의 시간을 주는 것이다. 쉼표가 없다면 우리는 어딘가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폭풍과 같은 질주를 할지도 모른다. 글에서도 쉼표는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침표만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삭막한 삶을 살고 있는지 느낄 수도 있다.  

이곳은 하동군 옥종면 문암리로 강정 회의장소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서 강정 또는 송정이라고 했던 곳이다. 문암 바위를 의지하고 동남쪽으로 덕천강을 굽어보고 있으며 몇 그루의 노송이 자리한 곳이다.  

정자가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두 바위가 문과 같은 모양으로 마주 보고 있기 때문에 이름을 붙였으나 그 후에 선비들이 이곳을 많이 찾아 글이 쓰인 의미의 문암으로 고쳐 부르게 된 곳이었다. 조선 후기에는 강정을 정비해서 나루터를 만들어서 1975년까지 370여 년동안 원계리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였다고 한다.  

모든 곳에는 이렇게 잠시 머무는 곳들이 있다. 쉼표와 같은 곳이다. 인생의 쉼표와 같이 여정의 쉼표를 찍어보는 곳은 보통은 풍광이 좋다. 힘들어 죽겠는 게 볼 것도 없으면 쉬는 맛이 나겠는가.  

아무 일이 없을 때에도 지극한 즐거움이 있다고 한다. 다만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하지만 이후에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일이 복잡하고 문제가 생길 때 그것을 한없이 생각하며 그리워하게 된다. 

하동 이화 스마트 복합쉼터는 이제 완성형으로 변신했다. 대부분의 시설이 모두 들어와 있고 잠시 머물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들어섰다. 복합쉼터의 이름처럼 배나무의 꽃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다.  

스마트 복합쉼터는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협업해 국도 졸음쉼터에 지역홍보관·특산물 판매장 등 지자체 특화시설을 결합하고 사물인터넷(IoT)·신재생에너지·친환경차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융복합 쉼터로 만들어졌다. 


이화 스마트 복합쉼터로 들어오니 하동의 아름다운 자연을 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을 해두었다. 해가 뜨고 벚꽃이 피고 가을에 무르익어가는 하동의 모습들이 이곳에 있다.  

오~~ 이곳에서는 무료로 안마의자에서 잠시 쉬어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을 해두었다. 필자만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래도 이곳을 지나가면서 쉼표를 찍고 싶은 분들을 위해 알려드린다. 

이곳은 하동읍과 하동에서 유명한 화개면의 최참판댁이 있는 곳의 중간에 있다. 정확하게 중간은 아니지만 느낌은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다.  


하동 이화 스마트 복합쉼터에서 잠시 시원한 음료를 한 잔마시며 이날의 쉼표를 찍어본다. 문득 드는 생각은 성질이 거센데도 바르지 않고, 어린아이 같은데도 순진하지 않고 순박한 것 같은데도 말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어쩔 수 없다. 

인생길, 여정길, 인생길 등의 인생 부호는 삶의 가장 끝에 오지만 쉼표( , )는 나이의 중간이나 하루와 하루 사이에 온다. 쉼표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사용하고, 쉼표 다음에는 조금 쉬어가야 한다.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길게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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