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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바닷길

채워졌다가 비워져서 열린 길을 걸어보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멀리 보면 바닷길이 보이지만 아래에를 보면 갯벌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이 지나간 궤적들로 이리저리 가득 메워진 것을 볼 수 있다. 그 길의 궤적이 생명의 움직임인 동시에 그 자체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언가의 꿈틀거림은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인가. 생각의 꿈틀거림을 통해 조금 더 멀리까지 길이 열리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바닷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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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혹은 영어로 머드라고 불리는 진흙은 채워지는 이곳에서의 물길은 항상 똑같을까. 걸어간 그 발자국 그대로 다시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매일이 똑같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가운데 그 틈새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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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간에서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통로라는 의미로 제안된 이론상의 개념인 웜홀은 시간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누군가와는 보이지 않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누군가와의 만남은 인연이지만 관계는 노력에 의해서 더 나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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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소통을 할 수 있는 생태의 장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은 고래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펙트럼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앞에 어떤 것이 붙어도 스펙트럼은 앞에 보이는 바다의 모습처럼 번져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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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내 연안에서 발견됐다고 기록된 고래의 종류는 약 35종에 이르는데 자주 발견되는 밍크고래, 참돌고래, 상괭이, 낫돌고래, 남방 큰 돌고래를 주요 5종으로 분류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상괭이는 수심이 얕은 서해와 남해에서 보이며 등지느러미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낫돌고래는 빠르게 헤엄치는 편인데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무리 지어 서식하는 특성으로 갯벌이 있는 해안가에서도 일반인이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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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하늘이라면 담긴 바닷물에 비친 것이 이 공간의 스펙트럼이지 않을까. 사람에게도 띠가 있으며 띠로 만들어진 스펙트럼은 프리즘으로 햇빛을 분산하면 빨간색에서 보라색까지의 연속된 색광으로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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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떠 있는 구름에 감탄을 할 때가 있다. 구름은 저렇게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모두 자폐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종종 말하지만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면 맞고 틀리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소통과 서로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관점이다. 당신의 스펙트럼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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