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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8. 2022

정원의 감수성

8월 여름을 앞둔 공주 유구색동의 수국정원

사람마다 느끼는 감수성은 천차만별이다. 감수성은 처음부터 가진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 키워지고 계속 노력할수록 깊어질 수 있다. 어릴 때의 가정환경이 그래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감수성은 생명에 대한 감수성으로 확산된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회가 과연 동물과 식물을 포함된 공간에 존중을 기대할 수가 있을까. 지금 다채로운 생명체가 있는 공간으로 가보면 색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을까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공주에서 섬유로 유명했던 유구면은 이제 관광자원을 가진 공간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 지금은 때가 살짝 지나기는 했지만 수국 정원에는 수국이 아직은 조금 남아 있었다. 수국이 진 지금은 다른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우리는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가를 생각하는 인간은 타고난 불안을 지닌 채 살아가고, 어떤 이들은 그것을 창의성의 주된 원천으로 여기면서 기쁨을 얻는 방법을 찾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나의 씨앗에서 풀과 나무가 자라나고 울창한 숲을 이루며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가득 채운다. 매년 여름이면 그해 여름이 가장 더운 것처럼 유난히 길고 너무 덮게 느껴진다. 수국 정원의 곳곳에 뿌려진 씨앗은 자연은 물론 우리의 삶과 환경을 변화시킨다. 

아직도 남아 있는 수국이 곳곳에서 보이고 그 아래에는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녹색 계열의 스펙트럼을 모두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수국 정원은 유구면을 흐르는 유구천변에 조성이 되어 있다. 알다시피 수국이 물을 참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이 있어야 모든 생물이 이렇게 공간을 가득 채울 수가 있다.  마곡사의 아름다운 계곡을 흐르는 마곡천을 합친 유구천은 동남쪽 방향으로 유로를 돌려 넓은 평야지대를 곡류한다.  

공주를 상징하는 캐릭터는 오래간만에 만나본다. 수구화(繡毬花)라고 불리는 수국은 모란처럼 화려한 꽃이 아니라 잔잔하고 편안함을 주는 꽃이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도 펼쳐져 있다. 이 따뜻한 여름날에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한 수국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수국의 꽃은 처음 필 때는 연한 보라색이던 것이 푸른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연분홍빛으로, 피는 시기에 따라 색깔을 달리한다.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Slow는 방향을 의미한다. 지역이 가진 고유한 자원과 문화를 유지하면서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공동체의 삶은 삶의 여유와 균형, 조화를 찾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림을 그린다면 이 풍경이 딱 좋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한 색의 배합과 함께 변해가는 수국의 모습이 다채롭게 한 공간에 피어 있다.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계단은 사람을 위해 공간을 내어주는 것만 같다. 생명체의 연대기를 보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돌다리를 걸어서 들어가면 다른 것이 보일 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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