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신거가대교에서 다대항을 연결하는 길
삶에서는 보이는 길과 보이지 않는 길이 있다. 어떤 길은 시작되기도 하고 어떤 길은 끝나기도 한다. 길은 여행에서 꼭 필요한 통로이기도 하지만 사람에게 다른 것을 보여주기도 하는 방향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금이야 내비게이션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국도 번호를 생각하면서 여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한반도는 수많은 국도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데 어떤 지역을 가면 특정 번호의 국도로만 가다 보면 색다른 매력을 볼 수 있을 때가 있다.
14번 국도는 거제에서 동쪽으로 타고 올라가는 국도로 저구 사거리에서 청림 삼거리까지 총 거리 310.3km 구간에 걸쳐서 이어진다. 경남에서 가장 중요한 국도중 하나다. 신거가대교를 건너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옛날의 흔적은 오량성이다. 사등성과 고현성과 같은 축성법으로 쌓았는데 고려시대에 무인정권에 의해 살해당한 의종이 축조한 것을 조선시대에 와서 다시 수축하였다.
오량성을 지킬 요량이 아니었으니 다시 일반국도를 타고 이동을 해본다. 국도 14호선을 타고 가다 보면 다양한 볼거리들이 나오는데 거제의 바다를 보는 것은 덤이고 거제시내를 거쳐서 소노캄거제, 거제씨월드, 거제조선테마파크도 바로 국도 14호선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잠시 지세포항에 들러본다. 이때에 서울 및 수도권은 엄청난 비가 내렸는데 남해는 조용하기만 했다. 날이 맑은 데다가 짙은 바다인데도 불구하고 떠 있는 바다의 실루엣이 바다에 그대로 비치고 있었다. 마치 유화로 바다에 그려놓은 것처럼 흔들거리는 잔상이 유려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에서 지극한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한다.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일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우선 거제의 바다를 보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14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서핑하기 좋은 곳도 있고 휴식하기 좋은 해수욕장들이 있다. 구조라해수욕장이나 망치 몽돌해수욕장도 그런 곳 중에 한 곳이다. 이곳은 와현 모래숲이다. 모래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몽돌해수욕장이 여러 곳 있는 거제에서 모래 해변이 있는 해수욕장이기도 하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공곶이로 갈 수도 있는데 공곶이는 걸어서 갈 수 있다.
아직 여름이 가려면 멀었다. 여름이라는 친구는 무척이나 마음이 따뜻한지 조금만 옆에 있었을 뿐인데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여행을 떠났다면 바다와 함께 숲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숲 주변에 사는 남성이 숲이 없는 곳에 사는 남성보다 심장병과 폐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10%가량 낮았다고 한다.
내친김에 이곳까지 왔다면 외도 유람선을 타고 외도로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외도(外島, Oedo)는 경상남도 거제시의 해금강을 따라 약 4 km 남동쪽에 위치한 거제도 주변의 섬으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한 겨울인 11월에서 3~4월에도 아름다운 동백나무의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14번 국도를 조금 더 타고 내려가면 망치 몽돌 해수욕장도 나오고 조금 더 가면 거제도에서 몽돌로 가장 유명하다는 학동 흑진주 몽돌해수욕장이 나온다. 자기 행동이 변화를 가져오리라 믿고 행동하라는 철학자의 말도 있듯이 변화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거제도(巨濟島)의 동남쪽 대한해협을 끼고 지형이 학동만의 양쪽산 줄기가 학이 날아가는 형상이며 따뜻하고 소나무가 울창한 곳으로 가을철마다 학이 찾아오니 학동이라고 불렸던 곳에 도착했다. 학동항은 2022 어촌 뉴딜 트레킹 챌린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는 27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강원도 동해시 어달항, 경상북도 경주시 수렴항, 경상남도 거제시 학동항, 전라북도 군산시 장자도항, 인천시 소무의항 등 어촌 뉴딜 300 사업 완 공지 및 준공 예정지 5개소에서 ‘2022년 어촌 뉴딜 트레킹 챌린지’를 진행한다
트래킹 챌린지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각 어촌마을별로 설정된 약 4㎞ 내외의 코스를 직접 걷고 지역마다 지정된 인증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개인 누리소통망(SNS)에 업로드하면 된다. 학동항이 콘셉트가 학이니만큼 학을 콘셉트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있다.
학동항의 어촌 트래킹 챌린지는 고둥금 바랫길부터 흑진주 몽돌 해수욕장, 몽돌 테마거리, 흑진주 선착장, 몽돌 힐링 쉼터, 그물개 오솔길까지 이어진다. 코스길이는 2.2km정도이니 가볍게 걸어볼 수 있다. 거의 경사도 없어서 다리가 고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학동항의 옛 동쪽 마을 수산을 고둥금이라고 불렸는데 거북바위가 있고 외도, 대마도 안경섬, 해금감을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는 바다고둥을 닮은 마을에서 이곳까지 그리 멀지 않다. 바다로 튀어나와 있는 이 구조물을 통해서 조금 더 바다와 가까워질 수 있다. '트레킹으로 만나는 우리가 바라던 바-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이번 트레킹에 참여할 서포터스도 지난달 모집했었다고 한다.
거제 학동항의 트래킹코스의 끝자락에는 다양한 조형물이 있다. 사람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보이게끔 만드는 조형물이다. 위대한 사람은 영혼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그토록 성취하는 것이 많았다고 한다. 영혼의 힘은 강하면 아름답다.
사랑의 힘을 보았다면 이 계단에 올라서 보자. 괴테의 짧은 시들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 '마왕'의 시가 어울린다. "영원한 여성이 우리를 하늘로 이끄네."
거제도에 안온 1~2년 동안 이쁜 카페들이 적지 않게 들어서 있었다. 대부분 화이트로 채색된 카페는 공간적인 여유가 있는데 개방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배가 슬슬 고파지기 시작할 때 배말이 들어간 칼국수를 한 그릇 채워본다. 거제의 바다로 나가면 제철의 고기들, 갯가에 서면 거북손, 보말 등이 한가득이다.
삶이 양이라면 죽음은 음에 속한다고 한다. 높은 것은 양이고 낮은 것은 음이다. 과거는 음이고 미래는 양이다. 시간은 계속 앞으로 가고 있다. 벌써 어둑어둑해지는 것이 밤이 깊어감을 알려주고 있었다.
전국 300개의 어촌·어항에 대해 어촌 필수 생활기반 시설(SOC)을 현대화하고 역특화사업을 발굴하여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목적의 사업이 어촌 뉴딜 사업이다. 이곳에서는 몽돌 테마거리(경남 거제시 동부면 학동리 708), 어촌 뉴딜사업 현판(경남 거제시 동부면 학동리 303-1), 몽돌 힐링 쉼터(경남 거제시 동부면 학동리 606)가 핫스폿이다.
경관이 좋은 여행지는 여름에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밤이지만 여전히 덥다. 밤이 되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로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다.
어촌 뉴딜 챌린지에 포함되어 있는 거제 학동항에도 학동 야영장이 있다. 열린 공간은 공존의 공간이다. 우리는 잠시 그곳을 빌려 살면서 캠핑을 하며 아주 잠시의 이방인이 되어본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무가 방어 요소로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오히려 인간을 이롭게 한다. 피톤치드와 햇빛, 적당한 온도, 푸른 바다 부드러운 녹색이 고맙게도 인간의 몸에 휴식을 준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풀어주어 보는 시간이다.
다시 날이 밝아왔다. 이번에는 바람의 언덕이 아닌 14번 국도변에 있는 다대항을 찾았다. 다대항은 삼국시대 송변이라는 현(縣)이 있었던 곳으로 옛날부터 유명한 곳으로 해상교통의 중심지로 거제에서는 중요한 위치 중의 하나였다. 하늘을 보니 붓칠이 하고 싶어졌다. 빈 공간에 붓칠을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흰 백지에 색채를 더해준다. 때론 글의 마침표보다는 여운을 남기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