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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0. 2022

걷는 생태길

하늘이 내어놓았다는 구미의 천생산

그해 여름의 가장 중요한 일중에 하나는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이 꾸준히 좋아할 수 있는 것과 잠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정 직군과 일하는 환경, 가정 등에 속해 있으면 어떤 것을 자신이 좋아하는지를 알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

순간적으로 원하는 것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면 자연스러운 것을 보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아이 때는 그런 것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떼를 쓰는 경우가 많다. 장거리를 갈 때면 항상 텀블러나 유리병을 들고나간다. 주문한 음료를 담기 위해서다. 유리병에 음료를 담으니 이쁘게 보인다.  

이곳은 구미시의 천생산의 아래에 자리한 생태공원이다. 천생산은 정상이 일자봉(一字峯)으로 생김새가 특이하여 하늘이 내셨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속칭 함지박을 엎어놓은 듯하다 해서 방티산이라고도 부르고 있는 산이다.   해발 407m로, 동쪽에서 보면 산의 형상이 하늘 天자로 보인다.

산이나 생태공원의 길은 자연을 따라 우리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고 지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만들어지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길이 잘 만들어진다는 것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어렵지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을 의미한다.  

티끌 없이 흰 무궁화가 피어 있는 천생산 생태공간은 조용하기만 하다. 생태길에는 어린이, 장애인, 어르신 등 보행 약자들이 이용하기 쉽게 경사도가 높지 않은 길을 따라가며 나무 데크를 설치했다.

묵묵히 걸으면서 책을 한 권 생각해보았다. 읽는다는 것은 걷는다는 것과 닮아 있는 것이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기 위해서는 어쨌든 읽어야 하고 산책을 마치기 위해서는 우선 걸어야 한다. 

생태학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로 "사는 곳", "집안 살림"을 뜻하는 oikos와 "학문"을 의미하는 logos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생태학의 뿌리는 결국 먹고살기 위해 사냥감을 어떻게 찾느냐에 맞닿아 있다. 과거에 그랬다면 현재는 먹고살면서 AI 등과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읽는 것도 필요하다.  

천생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구미시립 인동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걸어보는 시간을 보냈으니 읽어보는 시간을 보낼 시간이다.  

구미시립 인동도서관, 2000년 7월에 개관했으니 벌써 2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971 ㎡규모의 구미시립 인동도서관은 다양한 목적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책이 어떤 것이 왔을까. 구미는 바다가 없는 도시이기에 호아킨 소로야가 그린 바다의 삶과 풍경이 담긴 책이 좋을 듯하다. 누가 말한 것처럼 특정 브랜드가 아닌 지역인 발렌시아에서 태어난 호아킨 소로야는 자연의 빛을 향해 깊게 다가갔던 사람이다. 가장 유명했던 스페인 화가인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아내와 자녀의 노력으로 집은 스페인 국립 소로야 미술관으로 문을 열었다. 

이곳은 발렌시아의 해변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백일홍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화물감의 표면에 섞여있을 것 같은 꽃잎들이 오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적인 일상과 감정, 이상까지 담은 인생, 정신, 삶의 이야기가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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