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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0. 2022

우포 (牛浦)

당신은 어떤 미래를 꿈꾸나요.

세상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 변화는 어느 순간에 우리 곁에 와 있을 때가 많다. 아주 사소한 행동, 사소한 무관심, 사소한 욕심 같은 것이 많은 좋은 것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조금씩 느끼고 있다. 모두가 생태탐방 가라던가 환경운동가가 아니더라도 대다수가 선택한 것은 결국 다가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모두가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땅이 있다. 물론 물에서 호흡을 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물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또한 인간이라는 생명체다. 우리에게 늪이나 갯벌 같은 생태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늪이라고 하면 그린 카본이고 갯벌은 블루 카본이다. 카본이라고 하는 것은 탄소의 이름이기도 하다. 우리 같은 생물의 몸은 탄소가 없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을 통해 식물에 흡수되고, 생물의 몸을 이루는 탄소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석유나 석탄과 같은 탄소 화합물이 되는데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서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인간 문명은 이 탄소를 엄청나게 빠르게 소비하고 대기상으로 배출했다. 그러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포늪과 같은 곳도 생태가 살아 있는 공간도 변화의 예외가 될 수가 없다.

지구가 생겨났던 초기로 돌아가 볼까. 그때 역시 탄소의 순환이 있었다. 대기권은 이산화탄소 형태로 약 7,500억 톤의 탄소를 포함하고 있다. 살아 있는 동식물들은 약 5,600억 톤의 탄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우리가 보고 있는 식물들의 광합성은 대기로부터 매년 약 1,200억 톤의 탄소를 흡수하는데 그 균형이 깨지게 되면 기후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우포늪을 대표하는 연꽃은 바로 가시연꽃이다. 우포는 우포(소벌),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 쪽지벌로 이루어진 복합적인 습지로 여름이 되면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가시연에 자색연꽃이 활짝 핀 것을 볼 수 있다.  7월 말부터 9월까지 우포늪 생태체험장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잎이 큰 것은 지름이 2m까지 넓게 자라는데 그 모습이 신비롭게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보통 쉽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특히 어른이 될수록 그렇게 바뀌어간다. 자연은 아주 조금씩 바뀌는데 그런 모습은 의식의 충돌도 감싸준다. 이곳 우포늪은 호수였으며 낙동강의 배후습지(背後濕地)로 형성되었는데, 원래는 대지면 일대까지로 지금보다 훨씬 큰 늪지였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세모고랭이, 애기 부들, 올챙이고랭이 등이 가장 많다.

자 다시 걸어서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1997년 7월에 생태ㆍ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ㆍ고시되고, 1998년 3월에 습지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에 대암산 용늪에 이어 두 번째로 등록되었다. 즉 습지와 생태계의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 잘 보존해야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월은 푸르렀고 6월은 이상하게 더웠고 7월은 많이 더웠다가 8월에는 갑작스러운 빗물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모든 것은 순환한다. 그것이 모든 것의 이치이며 변할 수 없는 법칙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더 많다. 더운 여름날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시원한 카페모카 한잔 아니면 모히또는 어떨까.

작은 나비와 같은 노란색의 꽃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노란 네잎크로바와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쉽게 볼 수 있었던 크로바라는 토끼풀은 식물 생장에 필요한 질소를 공급해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신화에 따르면 꿀벌들이 제우스신에게 독이 있는 풀들이 너무 많아 좋은 꿀이 있는 꽃을 찾기 힘드니 쉽게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을 드렸다. 제우스는 커다란 붓으로 흰 물감을 묻혀 어떤 꽃을 표시해 주었는데 그 꽃이 바로 크로바라 한다. 괜히 행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행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시선을 옮기니 길게 이어진 뚝방길이 나온다. 길가에는 지천으로 피어 있는 생태의 열린 공간들이 보인다.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지만 밑에서는 자그작하는 것 같은 돌들의 부딪침이 느껴진다.  

지금 우리는 이정표의 앞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이정표에서 어디로 갈지 결정하겠지만 지금의 결정이 앞으로의 변화를 만들게 된다. 이미 시작된 변화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속도는 조절할 수가 있다. 그것이 기후변화가 될 수도 있고 탄소를 좀 적게 나오게 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행운의 크로바는 그냥 찾아지지 않는 법이다. 수많은 크로바 속의 틈새에서 오랫동안 숨죽이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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