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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0. 2022

자연의 자화상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서천 식물 예술원

자화상이라는 것은 그리는 화가라는 자신이 인식하는 차원에서 그려지는 그림이며 장르다. 자신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되면 자찬문(自讚文)이지만 그림을 그리게 되면 자화상이 된다. 자신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의식이 있기에 무언가를 하면서 살아가지만 정확하게 자신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와 감정을 조절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서천 식물 예술원을 가본 지가 2년 전인가. 그때는 한참 여름일 때가 아니라 가을에 방문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식물과 예술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는데 이곳에는 정원이 있어서 한 바퀴 돌아보는데 20여분 정도가 걸릴까. 빨리 떠나는 것이  아쉽다면 차라도 한잔 들고 오면 된다.  

자연이야 말로 매 순간 자화상을 다시 그리고 있다. 매년 같은 때에 온다고 하더라도 같은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자화상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화가는 고흐이기도 하지만 에곤 쉴레의 자화상이라는 책도 연상된다.  그의 주요 주제는 ‘인간의 실존을 둘러싼 모든 것들’ 혹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투쟁’이었다.

자연의 실재를 찾아가는 과정은 자연의 자화상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항상 열려 있는 이곳에는 담장도 없는데 문은 만들어져 있다. 아무 곳으로나 진입하는 것이 어렵지가 않다. 그렇지만 문을 통해 들어가 본다.  

삼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던 누군가가 연못의 중앙에 세 마리의 돌새를 올려두었다. 각기 다른 방향을 보면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연꽃과 모든 것의 자연이 남아 있는 이곳은 평온하다. 사람이 살고 있을지 모르는 대문도 보이고 피어난 연꽃에서 향기의 은은함과 고고하게 뽐내는 자태를 만나본다.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방송을 보고 있으면 지구촌 곳곳은 유례없는 불볕더위와 홍수, 산불 같은 기상이변으로 시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눈앞에는 더위가 있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무심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1883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에 정진한 고흐는 1890년 사망할 때까지 모두 35장의 자화상을 남겼는데 최근 후기 인상파의 거장인 빈센트 반 고흐의 초창기 자화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노란색의 해바라기 꽃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고흐가 기억의 한편에서 떠오른다. 

시간이 약간 늦어서 그런지 연꽃이 피어난 꽃잎을 오므리고 내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래에는 개구리가 살고 있겠지란 생각을 해본다. 사람의 자화상과 자연의 자화상은 다르지만 의식은 때론 연결된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은 인간의 실존을 둘러싼 모든 것이자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끌어줄 때가 있다. 어떤 글이나 순간의 삶을 관통했던 내밀한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 자연의 자화상은 여전히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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