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새처럼
공중에 양팔을 벌리고 다리를 당긴 채 떠 있던 그녀는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비상하는 것처럼 보였다. 뒤에 떠 있는 태양의 빛줄기가 그녀의 앞으로 떨어지는 곳을 보여주는 듯이 수면으로 이어져 맞닿아 있었다. 미대를 준비하던 그녀는 수면에 반사하는 빛과 풍경에 푹 빠져서 그림을 그리는 것에 푹 빠져 있었다. 고등학생이었지만 여느 화가가 그랬듯이 야외로, 자연의 빛을 향해 좀 더 깊이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아직은 부족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예술을 대중의 취향에 맞추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갔던 예술가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다.
시간이 되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는 계곡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그러던 중 그 계곡에서 풍경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을 포착하였다. 우연한 기회였다. 처음에는 왜 그녀가 그 계곡에서 뛰어내렸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다져진 몸에서 만들어진 자세와 하늘에서 팔을 벌린 그녀의 모습 뒤로 그녀의 셔츠였는지 모를 하얀 옷이 뒤로 아지랑이를 그리면서 날아갔다. 팔은 마치 새가 펄럭이면서 몸을 띄우는 것처럼 보였고 그녀의 다리는 마치 쭉 뻗은 새의 다리처럼 보였다. 당시에는 다이빙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빠지기에 가장 좋은 각도라는 것은 느낌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순간적인 포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일지 모른다.
깎아지른듯한 계곡에서 수면으로 떨어지는 한 마리의 새와 같은 그녀를 그린 그림은 지금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다. 그 후에 알았지만 그녀가 물로 다이빙한 것은 한 남자아이를 구하기 위함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운동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았던 지영은 이후에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 수영을 시작했다. 다이빙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그런데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수영장이 많지 않아 기회가 없었다.
1년 전이었을까. 우연하게 모임에서 다이빙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중에 한 명이 다이빙 강습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지금도 거실에는 그녀가 고등학교 때 그렸던 유화 그림이 걸려 있었다. 자유롭게 낙하하는 순간에 포착된 아름다운 새 같은 사람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지금은 예술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중력에서 자유로운 그런 사람들과 풍경이 어우러진 시리즈 작품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다이빙을 시작한 지가 1년이 되니 그때 보았던 그녀처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다이브 자세가 되어 물에 들어갈 수는 있었다. 항상 보던 사람들과 간혹 스쳐가는 사람들과의 소통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은근한 개인주의가 다이빙하는 사람들에게는 있다. 다이빙을 가르치는 언니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다이빙을 하는 것을 보면 그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했다. 지금까지 다이빙 강습을 받으려는 많은 사람들을 봤지만 이번에 온 대학생처럼 보이는 남자는 조금은 독특하고 이상했다.
다이빙을 배우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영에 능숙한 편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수영을 거의 안 해본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수영복도 아닌 일상복을 입고 다이빙장에 와서 그 언니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깐의 관심이려니 하고 새롭게 시도한 다이빙 자세를 연습하기 위해 열심히 스프링보드에 올라섰다. 보통 다이빙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웬만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강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학 서양미술학과에 전임강사로 나가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영아, 운동 끝났어?"
"응 끝났지, 배고파 죽겠어."
"너도 참 대단하다. 다른 사람들이 안 하는걸 한다고 말이야."
"어떻게 이제 재미가 있어졌는걸 말이야."
"너도 한 1년 정도 지났지?"
"어~ 그 정도 됐어."
"아직도 재미있니 그게? 남들은 돈 주고 하라고 해도 안 하겠다."
"돈 주면 그건 업이 되는 거지. 업이 되면 재미가 있겠니? 그냥 무미건조하게 매일 하는 일상이지."
"그래 나도 서양미술을 가르치고 있지만 왜 그러나 싶을 때가 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아트센터에서 여는 전시전은 잘 준비되고 있어?"
"응 그렸던 작품하고 이번에 완성하는 것을 같이 걸면 될 것 같아."
"내가 우리 학과 애들과 아는 사람들에게 모두 입이 아플 만큼 말해놨으니까. 괜찮을 거야."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길을 걸었지만 대학을 진학하면서 그녀의 가르치는 일을 선택했고 자신은 온전히 예술가의 길을 선택했다. 사람 몸에 대해 그림을 그린 시리즈는 정말 많다. 춤을 추는 그림이라면 발레리나를 그린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다이브를 하는 사람들의 그림은 왜 없었을까. 다이빙장에만 국한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그녀는 집으로 들어가면서 자주 마시던 와인과 치즈를 하나 구입했다. 그녀의 입맛에는 하드 한 느낌의 와인이 좋았다. 그래서 디켄터를 준비하고 항상 디캔팅을 해서 드라이한 와인의 풍미를 즐겼다. 와인을 즐기면서 소파에 몸을 묻듯이 기댄 그녀는 오늘 떨어진 자신의 자세를 복기했다. 떨어진 그 자세를 생각하던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 남자가 과연 다이빙을 등록할까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갔다.
The 다이브 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