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The 다이브

과거의 기억

그날은 유독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회를 미룰 수는 없었다. 평균대와 도마까지는 자신의 최상 컨디션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마루에서 마지막 피날레 회전에서 착지가 잘못될 것이라는 것은 마지막 도약 순간 느꼈다. 몇 초의 순간이 지나고 착지를 하면서 몸의 균형이 흐트러졌다. 발목 골절로 인해 그녀는 체조선수로서의 꿈은 접어야 했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자신을 코치해줬던 선배가 다이빙을 권유했다. 사실 그녀도 다이빙은 몸을 풀기 위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던 것이기도 했다. 재활이 끝나고 다이빙을 본격적으로 한 지 2년쯤 지났을 때 홀로 계곡으로 트레킹을 떠난 적이 있었다. 가져온 텀블러에 담긴 시원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쉬고 있을 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의 아래쪽에서 이상한 것이 눈에 뜨였다. 그건 아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눈치못채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물속에 빠져들어가는 아이가 보인 것이었다.


윗옷을 벗고 몸을 가볍게 한 그녀는 10미터쯤 되는 계곡 위에서 아래로 다이브를 했다. 물속에 빠르게 들어간 그녀는 바로 아이의 위치를 찾았다. 계곡물이 맑은 데다 물속에서 눈을 뜨는 것이 익숙했던 그녀는 10미터쯤 떨어져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잠영으로 빠르게 아이의 뒤로 다가가 옷을 잡고 물 위로 끌어냈다. 물 위에 떠오르자 그제야 사람들이 눈치를 채고 물가로 첨벙거리면서 뛰어왔다. 아이를 숨 쉴 수 있는 곳까지 끌어낸 그녀는 젖은 머리를 뒤로 젖힌 뒤 아무 말 없이 자기 물건이 있던 계곡 위로 걸어서 올라갔다.


잠시지만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다이빙의 매력이기도 했다. 잘 뛰기 위해서는 더 단단해져야 하고 더 가벼워져야 했었다. 그녀는 가끔씩 대학생 때 구해줬던 그 아이는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진로를 한참 고민 중이었는데 지금은 다이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보면 항상 생각했던 길로만 가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운명은 체조를 향했지만 숙명은 다이버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다. 더 나이가 어렸을 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살다 보면 실제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성숙이 아닐까. 아주 조금은 성숙해졌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하이다이빙반에 신규로 등록한 회원들 중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을 보니 옛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운동은 그럭저럭 한 것처럼 보이는데 물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왜 다이빙반에 등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준비운동은 그럭저럭 잘 따라왔다. 기본적인 다이빙 자세를 가르쳐주고 여러 번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물속에 들어가게끔 했다.


"모두들 수영은 기본적으로 하시죠?"

지희는 처음 들어온 회원들을 좌측에서 우측으로 눈길을 옮기면서 물었다. 별 대답 없이 그냥 수긍하는 듯한 모습에 다음 자세를 알려주었다.

"다이빙은 물과의 마찰하는 운동이기도 해요. 즉 몸을 충분히 풀어주지 않으면 다칠 수도 있으니까. 자신의 몸을 아는 것이 중요해요. 물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높이마다 자신의 초점과 가장 맞는 포인트를 찾게 돼요. 아마도 몸이 변할수록 그 포인트도 조금씩 변할 거고요. 어쩔 때는 굉장히 낯설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용기는 필요하지만 만용이라던가 자신의 몸을 과신하면 다치기가 쉬우니까. 혹시나 한다면 꼭 물어보세요."

"예~" 말의 맥락을 알았는지 회원들이 나지막하게 대답을 했다.

그녀가 시범을 보여주고 한 명씩 뛰기 시작했는데 그 남자 회원은 빠지고 나서 올라오는데 시간이 걸리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혹시나 해서 물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열심히 발버둥 치면서 올라오는데 그의 떠진 눈은 조금 놀란듯한 모습이었다. 겨우 올라온 그는 플랫폼을 붙잡고 올라오더니 앉아서 캑캑대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그녀의 물음에 콜록콜록하다가 그냥 머리를 두어 번 숙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제가 컨디션이 안 좋나 봐요. 조금 쉬었다 할게요."

"그래요. 저쪽에 가서 잠깐 앉아 계세요."

"예."

정민은 의도하지 않게 마신 물로 인해 몸이 몇 kg은 찐 것 같이 묵직했다. 어릴 때의 기억으로 절대 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깊은 물에 들어가서 빠져나오기까지 할 수 있는 자신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잠시 쉬면 또 빠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잠시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물속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참 열심히도 빠지고 열심히도 걸어 올라갔다. 올라가는 것은 덧셈이고 물에 떨어지는 것은 뺄셈이다. 다이빙은 덧셈과 뺄셈으로 인해 0으로 수렴하는 건가란 생각도 들었다. 가장 군더더기 없이 만들어지는 운동이 다이빙일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다이빙은 신기한 운동이었다. 다이빙을 하기 위해 다이버가 내리는 결단과 행동은 물에 비추어지는 몸의 거울이지 않을까.

"이제 괜찮으세요? 너무 많이 쉬신 것 같아요. 다시 뛰셔야죠."

"아~ 예." 다이빙은 하지 않고 혼자서 다이빙에 대해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시 용기를 내서 빠져보기로 했다. 어차피 물에 올라오기만 하면 잡을 수 있는 곳이 가까웠다. 이번에는 잘 빠지리라 생각하고 가르쳐준 대로 잘 빠지려고 했지만 역시 엉성하게 빠졌다.


수업이 끝난 후 지희는 회원들과 인사를 한 후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이동수단은 바이크로 두카티를 타고 다녔다. 그녀는 가끔씩 바이크를 타면서 기분전환을 하는 것을 즐겨했었다. 밤의 조명이 은은하게 그녀가 가는 도로의 앞을 밝혀주고 있었다. 적당하게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스쳐가면서 공기의 흐름을 만들면서 길게 이어지는 후미등의 빛이 꼬리와 만나는 것처럼 보였다.


The 다이브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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