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The 다이브

아름다운 몸의 선율

"어떻게 오셨어요?" 가까이 온 그녀를 보니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나이가 더 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천사 같던 그때의 기억을 되살릴 정도의 외모를 간직하고 있었다. 이제 자신도 키가 커졌지만 그녀의 키도 작지가 않아서 약간 더 큰 느낌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 그때의 기억과 지금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빤히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기요. 저를 아세요?"

"아! 죄송합니다. 아~ 그러니까. 다이빙을 배워보려고요."

당황한 정민은 자신도 모르게 의도하지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시구나. 원래 다이빙을 배우시려는 분들이 처음에는 그렇게 주저하세요. 그러시다면 우선 다이빙 강습을 하는 것을 보고 결정하셔도 돼요."

"그럼 여기서 보고 있어도 되는 건가요?"

"예 괜찮아요. 이제 수업이 시작할 테니 저쪽에서 보시고 있으면 돼요."

그녀의 말에 저쪽이 어딘지 바라보았다. 그냥 바닥 같은 곳에 낮은 턱이 있었다. 정민은 턱에 걸터앉아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다이빙 강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강사의 말에 따라 수강생들은 몸을 풀기 시작하다가 일반인들은 보통 하지 않을 동작들을 하고 있었다. 명절 때마다 방송에서 나오는 군인들이 훈련하는 것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선수촌에서 훈련하는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특이한 것은 할 때는 괴로워하다가도 숫자를 채우면 다들 묘한 미소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저런 과정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 때쯤 드디어 준비운동이 끝이 났다. 다들 자유분방하게 이곳저곳을 오가면서 마지막 몸풀기를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무척 깊어 보이는 물에 아무렇지 않게 빠졌다.


높이가 제각각인 다이빙대는 마치 기하학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출렁대는 판에서 뛰는 사람들은 불안하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분명히 어릴 때 트램펄린과 같은 놀이시설에서 놀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실 트램펄린(1)이라는 올림픽 종목도 있다. 고대에도 있었던 공중 곡예라고 하니 나이가 들어도 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TV나 SNS를 제외하고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물에 빠지고 다시 올라가고 올가면 다시 빠지고 간혹 무척 아프게 떨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무난하게 저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다른 수강생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연습하는 가운데 입수 자세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그 강사가 물에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수영강사도 자신이 열심히 수영하는 경우는 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그녀가 드디어 다이빙대에 섰다. 누군가에게 알려주려는 듯 자세를 취하던 그녀는 몇 미터인지 모르는 높이에서 하강을 시작했다. 추락을 잠시 생각했으나 추락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살짝 몸을 띄운 그녀는 잠시 공중에서 멈추는 듯하더니 몇 바퀴를 돌다가 물속에 빠졌는데 그 모습이 미려함 그 자체였다. 하얀 화폭에 붓으로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 듯 혹은 음표와 음표 사이의 선율처럼 물속으로 들어갔다. 다이빙을 하는 그녀는 몸의 선율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했다. 물론 몸도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들어졌기에 그럴 테지만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순간을 포착한 스냅사진이 있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강사가 자신에게로 다가오면서 말을 걸었다.


"다이빙을 보시니까 어떠세요?" 그녀의 물음에 잠시 멍해졌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란 고민이 순간적인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아, 괜찮아요."

"뭐가 괜찮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빠지는 것이 괜찮아 보인다 고요."

"빠지는 것이 괜찮다는 것이 어떤 의미예요?"

"다이빙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거예요." 자신도 모르게 의도와는 다른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저 깊은 물에 들어가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다이빙이 하고 싶다니 제길.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요. 마침 수강인원이 한 명 비었어요. 들어오시던 곳의 데스크 있죠? 거기서 등록을 하시면 내일모레부터 하실 수 있어요."

"예! 등록할게요." 정민은 바로 일어나서 그녀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 그녀의 다이빙은 아름다웠지만 자신이 다이빙을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영화 속에서 배우가 멋있어 보인다고 해서 모두가 배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말은 꺼냈으니 이번에 미친 짓을 해볼까란 생각이 들었다. 공식적으로 운영되는 수영장이니만큼 만약에 물에 빠져 죽게 놔두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안내데스크의 3미터 앞에서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직도 선택의 기회는 남아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이 왜 그런 고민을 했는지 이해가 갈 것만 같았다. 아니 바꿔 생각해보면 지금의 생명은 그녀가 준 것이나 다름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이빙을 시도하는 것은 과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그녀를 볼 수 있지 않은가. 누가 보면 나라를 구하는지 알겠지만 자신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에 없었다. 비정한 표정으로 안내 데스크로 갔다.


"안녕하세요."

"예, 어떤 것을 도와드릴까요."

"강습을 신청하려고 하는데요."

"어떤 강습을 신청하시겠어요." 순간적으로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배의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는 듯 말을 내뱉었다.

"하이다이빙이요."

"마치 한 명이 비었네요. 어떤 걸로 결제하시겠어요?" 가방에서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서 지역화폐 기능이 들어간 카드를 내밀었다. 카드를 받은 직원은 결제를 했다.

"등록이 됐어요. 이제 강습받으시면 되고요. 이곳을 이용하는 카드를 발급해드릴게요. 간단한 신상정보를 이곳에 적어주세요."

"끝난 건가요?"

"예, 끝났어요. 그리고 여기다가 적어주세요."

이렇게 간단했단 말인가. 대체 그토록 고민한 시간과 고뇌는 어디로 갔는지 너무 허망했다. 신상정보를 적어서 건네주자 카드를 발급해주었다. 수영장도 등록해보지 않은 정민은 말도 되지 않은 성급한 결정을 해버렸다.


2일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취소를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확인하기도 하고 다이빙을 검색해서 혹시나 있었던 불의의 사고를 검색하기도 했었다. 검색하다 보니 그녀의 영상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다이빙 영상을 보면서 다시 의지를 다져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이빙 강습이 있는 전날은 계속 반복해서 다이빙대에서 떨어지면서 물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악몽을 꾸었다. 더 이상 반복하다가는 안될 것 같아서 식은땀을 흐르며 일어났다. 결국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익숙하지 않은 수영복을 입고 말해준 대로 몸을 적시지 않은 채 다이빙 연습장으로 향했다. 먼저 온 사람들도 있었고 시간에 맞춰서 온 사람들도 보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인사를 하기에 정민도 같이 인사를 했다. 그들의 표정은 마치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것만 같았다. 드디어 시작된 부담스러운 몸풀기를 하고 나서 드디어 처음 물에 빠져야 되는 시간이 되었다. 교수대로 끌려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기본적인 동작을 알려주고 가장 낮은 위치의 플랫폼에 섰다. 다행히도 하이다이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자신뿐이 아니었다. 두 명이 더 있었는데 그들의 표정에 자신과 같은 두려움은 없어 보였다.


"저처럼 이렇게 뛰어내리면 됩니다." 그녀는 깔끔한 입수 자세로 푸른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몇 초나 지났을까. 금방 물 위로 나온 그녀는 다시 한번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음에 대해 용기를 부여해주고 있었다. 다른 두 명은 드디어 입수를 했다. 물 위로 나온 그들의 표정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연신 기침을 하고 어떻게 보면 얼굴 표정이 일그려져 보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했다.

"물 많이 무서워하세요?" 그녀가 왜 안 뛰는지 이유를 추궁하는 것 같았다.

"아니요. 이제 저도 해봐야죠." 교수대에 올라가는 느낌으로 그 작은 발판에 올라섰다. 가르쳐준 대로 팔 동작을 하다가 매우 어설픈 자세로 물에 입수했다. 아니 빠졌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순간적으로 수영장의 물을 마셨다. 준비운동으로 생긴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 살아남기 위해서 눈이 저절로 띄었다. 그런데 수면까지 손이 닿지 않았다.


1. 트램펄린 : 대표적인 국제경기이기도 한 트램펄린이란 스페인어로 탄력 있는 다이빙 널빤지를 의미하는 ‘엘 트램펄린(el trampolin)에서 온 말로 현재의 스프링보드와 비슷한 모습이다.


The 다이브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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