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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6. 2022

우리가 쌓은 것들

제19회 서산 해미읍성축제를 준비하는 공간

사람은 살아가면서 보이는 것을 쌓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쌓기도 한다. 우리는 어릴 때 보이는 것을 쌓는다. 즉 계산할 수 있고 정답이 나오는 것들을 주로 하지만 나이가 들다 보면 우리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많이 쌓는다. 계산하기가 모호하고 정답도 없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든 결과는 나오는 것이 나이가 들어가는 삶의 어려움이며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렸을 때가 좋았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동안 열지 못했던 서산 해미읍성축제의 준비가 한창이다. 관련 회의가 있어서 참석을 하고 해미읍성을 방문해보았다. 날은 상당히 덥지만 하늘이 맑아서 서산의 해미읍성이 쨍하게 보인다. 역시 쨍하고 해뜰날 어디를 가야 한다. 

항상 어디를 가던지 정문을 통해 들어가는 편이라서 이번에도 정문을 통해서 들어가 본다. 사실 다른 문은 모두 닫혀 있다. 우리는 어떤 축제를 원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은 무언가 가시적으로 변화가 있는 게임을 좋아한다. 게임을 하는데 성장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다. 

문으로 들어가 보니 어디선가 온 학생들의 일행이 보인다.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는데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생각보다 가족단위 연인 단위 방문객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이곳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북적거릴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정도 규모의 면적이라면 이 부근의 사람들이 모두 들어와서 살만할 정도다. 사람이 살았을 그 옛날 옛적을 상상해본다. 사람들은 그런 경험도 원하니 말이다.  

걸어서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두리번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어떤 놀이를 하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이 쌓았을 성벽을 지나 우리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쌓고 있는 시간이다. 사람들이 요즘 가장 많이 쌓는 것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다. SNS가 눈에 보이지 않듯이 말이다. 

옛날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조선 성종 22년, 1491년에 완성한 석성인 해미읍성은 조선 말기 천주교 박해 당시 약 1천여 명 이상의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당한 천주교 성지이기도 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6년 전에 이순신은 무과 급제하고 권관과 훈련원 봉사를 거쳐 세 번째 관직으로 1579년(선조 12년)에 충청 병마절도사의 군관으로 부임하여 해미읍성에서 10개월 간 근무했었다. 혹시 이곳에서 학익진을 연습했을지도 모른다. 

상관인 주장에게 부정한 사실이 있으면 극진히 말하며, 이를 바로 잡았고, 청렴한 자세로 자신의 몸을 단속하면서 털끝만큼도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키는 법이 없었던 이순신은 그 나이에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이곳에 있을 때는 난중일기처럼 일기를 썼을까. 

이순신도 필자처럼 이곳을 거닐었을 것이다. 옛날 가옥이 복원이 되어 있지만 몇 채가 되지 않아서 조금은 아쉽지만 그런대로 설정 사진을 찍으면 드라마처럼 나올 수도 있다. 단지 주인공이 아닐 뿐이다.  

뜨거운 햇살은 이곳에서 제공하는 양산을 자연스럽게 쓰게 만들지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필자는 우산을 쓸 수가 없었다.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하지 않는가. 해미읍성에서의 작렬하는 이 공간을 거니는 이 경험은 돈을 주지는 않았다. 

적지 않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다양한 시각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같이 할 필요가 있다.  

서산 해미읍성축제의 포스터 콘셉트를 여러 장 보았다. 가수는 누가 오는지 공연은 어떤 것이 준비되었는지와 함께 해미읍성은 어떻게 보일까를 토론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쌓은 것들이 그렇게 역사를 만들기도 하고 문화로 자리잡기도 한다. 이날 무얼 쌓았는지를 글을 쓰면서 되돌아보았다. 아지랑이에 햇살이 부딪쳐 퍼져나가는 노을을 보면서 내일도 해는 뜨겠지? 란 생각을 해본다. 나의 바다에는 발그레 물든 여인의 볼처럼 빛깔이 생생했다. 


제19회 서산해미읍성축제

개최기간 : 2022. 10. 7. ~ 10. 9. (3일간)

장소 : 해미읍성 일원

주제 : "민초가 쌓은 600년, 세계를 품는 7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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