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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7. 2022

갯벌의 맛

블루 카본의 미래 태안 갯벌의 가치 

사람의 머릿속으로 생각할 수 있는 단어는 자신이 경험한 것과 읽은 것, 들은 것을 통해 자신이 소화한 것들이다. 우리가 먹는 것이 모두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흡수되지 않고 상당 부분이 배출되듯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것들의 대부분은 밖으로 나가게 된다. 특히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자체만을 기억하는 것과 연관시켜서 기억하는 것의 차이는 상당하다. 즉 자신이 사용하지 못하는 도구를 잠시 한 번 만져본 것과 활용할 줄 아는 것과의 차이와 비슷하다. 

자연과 자연 속의 사는 존재는 그때그때 필요한 것 이상을 쟁여두지 않는다. 그렇지만 인간은 자신이 필요한 것 이상으로 쟁여두고 쌓아둔다. 그걸 기반으로 문화를 만들었고 발전해왔다. 최근까지의 제도로 자리 잡은 자본주의는 거대한 소유로 인해 자연의 자원을 소모해왔다. 수억 년부터 쌓아왔던 화석연료를 충분히 사용하면서 문명의 이기와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었고 번영을 가져왔다. 

화석연료로 인해 자연은 생각지도 못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화석연료 안에 있던 탄소가 지구상으로 배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지구는 인류가 엄청나게 쏟아낸 탄소를 순환시켰지만 한계에 이르면서 생각지도 못한 변화를 인간들이 경험하게 되었다. 바로 기후변화다. 생태가 살아 있는 선순환되는 생태계는 앞서 말한 대로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지 않고 지구와 공존한다. 

화석연료로 인해 만들어지는 블랙카본이 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한다면 숲에서 작용하는 그린 카본이나 바다에 있는 갯벌에서 작용하는 블루 카본은 갯벌이 탄소를 흡수해서 품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갯벌이 긍정적인 작용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면 갯벌이 단단해지고 조개 개체수가 현저히 감소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오기도 한다. 

길게 이어진 태안의 갯벌은 갯벌 체험하기에도 좋지만 걷기에도 좋은 곳이다. 직접 걸어보면 알겠지만 제주도의 올레길 못지않은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태안의 일부 구간에도 갯벌 생태휴식제를 하고 있다. 해루질은 물이 빠진 얕은 바다나 갯벌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흔히 말하는 갯벌체험이다. 일부 갯벌지역에 한시적으로 출입을 통제해서 자연성 회복을 유도하는 것이 생태휴식제다. 

다양한 생물의 서식공간이자 오염물질을 정화시켜 자연성을 회복시켜 주는 소중한 갯벌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갯벌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물길 속에 어떤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유심히 쳐다본다.  

갯벌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개체는 바로 바지락이다. 바지락은 칼국수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다. 그 엄청난 양의 바지락이 나오는 것이 한국의 갯벌이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뻘짓은 갯벌에서 자꾸 넘어지는 행동을 하는 것에서 유래하였다. 그렇지만 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준다. 최근 보령의 머드축제도 바로 뻘을 가지고 노는 뻘짓이다. 곱디 고운 진흙속에 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갯벌에서 뻘짓을 통해 우리는 블루카본이 얼마나 

푸른(blue) 바다가 탄소(carbon)를 흡수한다고 해서 명명된 블루 카본이란 해초, 엽습지, 갯벌 맹그로브(mangrove) 등 해양 생태계에 의해 흡수되는 탄소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갯벌이 연간 승용차 11만 대가 내뿜는 온실가스를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해양수산부는 갯벌의 블루카본 흡수량 및 범위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2017년도부터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물이 빠질 때는 갯벌이 드넓게 펼쳐지는 곳이 바로 서해안이다. 덕분에 서해안은 섬이었다가 육지가 되기도 하고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색으로 말하면 카본 블루는 짙은 푸른색으로 마치 검은색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안가에도 다양한 식물들이 살고 있다. 바닷물이 밀려들어도 끄떡없을 정도로 염분에 적응한 염생식물도 있고  해초류인 잘피를 비롯해 염생식물, 해조류, 패류 등 연안 식물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태안앞바다는 갯벌은 기후위기 대응에도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 음식점에서 갯벌의 맛을 먹어보았다. 바지락이 들어간 돌솥밥이다. 비벼먹으면 바다의 향이 물씬 풍겨나는 그런 맛을 느끼게끔 해준다. 바지락은 모래 바닥에 껍데기를 포함해서 몸통 전체를 묻고 없는 듯이 살아간다. 우리바다에 살고 있는 바지락은 오직 한 종류뿐이다.  

사람들이 여행지로 자주 찾는 해수욕장도 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난다. 끊임없이 오고나가는 바닷물에는 영양가가 들어가 있는 플랑크톤들도 존재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알아가려는 노력이 계속될 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자연은 그렇게 그 자리에 머물러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에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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