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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1. 2022

보물선

국립태양해양유물전시관에 전시된 이야기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보물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영화와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흘리곤 했다. 보물은 과연 멀리 있는 것일까.  벨기에의 작가 마테를링크의 동화 파랑새에서도 어딘가에 있을 파랑새를 찾아 떠난 틸틸과 미틸 남매가 온 세상을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 · 고양이 · 빛 · 물 · 빵 · 설탕 등의 요정과 함께 상상의 나라, 행복의 정원, 미래의 나라, 추억의 나라 등을 찾아 밤새 헤매지만 결국 찾지 못한다.  어디에서도 파랑새는 찾지 못한 채 꿈을 깨고 보니 파랑새는 바로 머리맡 새장 속에 있었다.

최근 신진도에서 오징어가 상당히 많이 잡혔다고 한다. 신진도의 신진항에 가보면 알겠지만 수많은 먹거리들이 거래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바다에서 말린다는 그 맛있다는 오징어를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자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신진도를 돌아보자. 맛과 멋이 설레는 신진항이라는 이정표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국립태양해양유물전시관이 나온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코스모스 밭이 펼쳐져 있었다. 가을도 아닌데 거의 같은 색의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데 이곳은 다른 부지로 사용될 예정이지만 그때까지는 코스모스를 심어주었나 보다.  

도시에서 이런 풍광만 보이면 인증숏을 찍기에 바쁠 텐데 먼 이곳에 이런 풍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바다와 파랑새와의 공통점은 푸르름이다. 푸르름은 때론 희망이 되고 슬픔이 되기도 한다.  가까운 데서 만족을 얻지 못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비현실적인 계획이나 꿈을 세워놓고 멀리 있는 행복을 찾아 헤매는 것을 빗대어 파랑새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까이 볼 수 있으면 희망이고 멀리 있으면 슬픔이 된다.  

이 정도로 잘 만들어진 국립 전시관은 많지가 않다. 멀리서도 전시관의 품격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보물선을 상상하면서 안으로 들어가 본다. 최근에 가뭄으로 인해 유럽의 강바닥의 수많은 유물들이 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바다, 강, 호수 등 물에 잠긴 인간의 흔적을 찾고 이를 연구하는 분야를 수중고고학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수중고고학은 1976년에 시작이 되는데 한 척의 배와 23,000여 점에  이르는 유물을 건져 올린 신안선이 그 시작이다.  

만약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페로우를 만난다면 서해안을 추천하고 싶다. 복잡한 해저 지형과 연중 안개가 끼는 기후의 영향으로 인해 수많은 배가 바다에 가라앉았는데 서해에 발달한 개흙이 유물을 덮어서 침몰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다. 

지금은 해저터널이 뚫려서 접근하기가 용이해진 원산도의 주변은 밀물과 썰물 대를 소리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물살이 빠르고, 암초가 산재한 위험한 바다였다고 한다. 그곳의 원산도리 근해에서 청자 파편을 발견했는데 고려의 청자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태안의 앞바다에서는 마도 1,2,3,4호선이 모두 발견되었다. 태안선은 신진도의 아래쪽에 자리한 대섬에서 발견되었다. 이곳을 가보면 알겠지만 앞으로 바위 하나가 바다로 잠겨 있고 격렬한 파도가 회오리치고, 여울이 세차가 들이치는 것을 볼 수 있다. 

태안의 앞바다는 과거 사신선과 무역선, 세곡선이 항해 중 머물던 곳으로 서해의 중요한 항로상에 위치해 있다. 태안 서쪽 끝 신진도와 마도 앞바다는 예로부터 난행랑(지나가기 어려운 길목)이라 불릴만큼 사고가 잦은 곳이기도 했다. 그 바다는 일명 바다 속 경주라고 부를 정도라고 한다. 아직도 건져 올리지 못한 유물이 더 많아 현재도 지속적인 탐사와 발굴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바닷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다이버들의 몫이기도 하다. 태안의 앞바다를 배경으로 전설과 신화를 쓰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이제 태안의 앞바다에서 발견되었던 배를 복원한 모습을 보러 가 본다. 

영화 한산에서 나올 것 같은 배다. 배의 규모가 작지가 않다. 서해에서 발견된 이런 판옥선은 우리나라 지형에 맞게 제작되었다. 아래가 평평하기 때문에  낮은 수심에서도 항해할 수 있다. 그리고 배의 짜임새가 상당히 단단하게 결구되어서 단단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 전시관의 핵심 콘셉트는 바로 저 배다. 배의 발전은 지역마다 다르게 이루어졌다. 동력선이 나오기까지 인력이나 돛에 의해 항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반도의 경우 멀리까지 가는 경우가 없어서 캐러비안의 해적처럼 여러 개의 돛이 화려하게 달린 대신 인력에 의해 움직이는 판옥선이 일반적인 형태였다. 


아래로 내려오면 배의 갑판 아래는 저런 형태였을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먹고 자면서 긴 항해를 견디기도 했었다. 서해안의 해적 : 낯선 조류를 통해 오가던 수많은 배들은 어디에 잠들어 있을까. 

다양한 체험의 공간이 이곳의 지하에 만들어져 있다. 난파선에서는 배에서 썼던 다양한 생활 도구들도 발견되었다. 당시의 항해술로는 20~30일가량 소요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랜 수정 역사의 공간을 돌아보았다. 이제 바닷속으로 들어가 보는 시간이다. 젊음의 샘과 같은 보물은 없겠지만 적어도 옛날 사람들의 삶은 살펴볼 수 있었다. 진정한 행복이나 보물은 멀리에 있지 않다. 동화 파랑새처럼 진정한 행복은 가까이에 있음을 알지 못한다면 손에 잡히지 않을 물질을 찾아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저당 잡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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