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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1. 2022

100년의 시간

구미의 구미역과 도시경관으로 바뀌는 금리단길 

대한민국의 대도시들은 대부분 100년에 걸쳐서 조성된 도시들이다. 역사성을 가진 도시들은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었던 허허벌판이라던가 촌락이 몇 곳이 되지 않던 곳은 시간이 지나 오늘날의 가장 발달한 도심이 되었다가 과거의 공간으로 잊히기도 한다. 지역 성장을 만든 곳에는 여지없이 기차역이 있다. 도시가 발달하기 시작할 때 물동량이 움직이는 기차역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경상북도의 중심도시 중 하나인 구미시는 구미역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아무것도 없었던 이곳 자갈밭 일대를 개발하여 구미역이 들어서게 된 것이 1916년이었다. 구미역을 가보면 알겠지만 구미시의 규모보다 도로 폭이 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급속하게 도시가 발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966년 이곳에 역사를 준공하였다가 1998년에 기존 역사를 역무시설과 상업시설을 포함한 종합 역사로 개발하여 완공한 것이 2006년이었다.  

지금처럼 완성된 형태로 만들어지게 된 것은 2015년이다. 구미복합역사는 대규모의 주차장과 광장과 함께 구미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창출되었다. 

구미시에서 태어나고 살았던 사람은 알지만 구미라는 지역은 원래 선산이라는 곳이 더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경부선 철로와 구미역이 들어서고 전국 최초 산업공단이 건설되면서 선산군이 구미시에 통합된 것이다. 역이 들어서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시는 발달되기 시작한다.  

구미역의 주변으로는 옛날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았던 이곳은 금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의 경관이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업종이 공존하고 있는데 오래된 건물을 재해석하고 상업공간으로 바꾸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길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금리단길을 걸으면 다양한 색깔의 가게들을 볼 수 있다. 경상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은 금리단길 카페에 도서 200권과 테마 북 큐레이션을 지원하고, 도시재생을 위한 ‘책 읽는 금리단길’ 사업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사업에 참여한 카페에는 분위기와 특색, 운영자 요구 등을 반영하여 ‘마음’,‘여행’,‘미술’ 등 주제를 달리 한 도서가 지원되어 금리단길 방문객이 다채로운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해두고 있다. 요즘에는 TV나 SNS 등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마음이다. 마음을 읽어주고 살펴주는 이야기들이 많다. 마음의 평온은 여행 중에서도 찾을 수 있다.  

걷다가 이정표를 본다. 이곳 금리단길에서 가까운 곳에 금오천이 있다. 금오천변으로 나가본다. 우리는 자신의 판단이 불확실하다고 생각될 때 다른 사람의 정보를 믿고 의지함으로써 메우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판단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불편해진다. 

100년이라는 시간은 구미를 오늘날의 모습으로 바꾸어놓았다. 금오천 일대를 지붕 없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2016년부터 개최해온 ‘청춘, 금오천 2.4km 거리예술축제’는 지역 예술가들의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만나 볼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 

지붕은 없지만 금오천은 흘러가는 길을 따라가면 금오저수지에 다다르게 한다. 금오저수지에는 금오산이 있다. 금오천의 금오(金烏)는 태양 속에 세 개의 발을 가진 까마귀가 있다는 전설에서 유래하였다. 금오산 둘레길에서 여리숲과 구미역과 금오천, 금리단길로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여들어 하나의 관광 문화권이 형성되어가고 있다.  

이곳 금리단 길이 있었던 공간을 고려시대 야은 길재는 걸었을까. 고려 말 삼은(三隱)이라 하여 충신 반열에 있던 포은(정몽주), 목은(이색), 야은(길재)이 있었는데 삼은 중에 야은 길재는 두 왕조를 섬길 수 없다 하여 벼슬을 사양하고 구미의 금오산에 은거했다. 시간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시간은 항상 답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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