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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1. 2022

맑음으로 향할까.

7,000여 년의 시간이 만든 태안 두웅습지

알고 있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이해하는 것은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알고 있는 것은 그냥 정체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맑음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생명 감수성이 높아지는 것이기도 하다. 왜 존재하는가를 생각하는 인간은 타고난 불안을 지닌 채 살아가고, 아마도 그것을 창의성의 주된 원천으로 여기면서 기쁨을 얻는 존재이기도 하다. 수시로 맑음과 흐림이 반복되는 존재가 인간이다. 

생물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과 인간의 본능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유사하게 닮아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서 생태가 살아 있는 곳을 찾아가 보면 그 공통점을 생각해볼 때가 있다. 에드워드 윌슨이라는 작가가 쓴 개미 언덕에서 주인공 래프는 앨라배마주에 있는 노코비 웅장한 숲에서 자란 사람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이곳은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의 관리하에 있는 태안의 두웅습지라는 곳이다. 두웅습지는 사구 형성 초기를 거쳐 성숙기에 형성되는 전형적인 사구 배후습지이며, 약 7,000년의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곳이다. 

사구(모래언덕)는 애드워드 윌슨의 개미 언덕과도 닮아 있는데 시간의 차가 있을 뿐이다. 해안가의 마래가 바람에 날려 헝성 되며, 사구 뒤편의 낮은 지역은 물이 고여 종종 습지가 형성되게 된다.  사구 형성 이전에는 빗물이 그대로 바다로 나가지만 사구가 형성되다 보면 사구로 인해 만들어진 골짜기에 담수가 고이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습지에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두웅습지 같은 배후 산지가 있는 곳에서는 습지가 완전하게 형성이 되며 비로소 습지 환경에서만 살 수 있는 동물과 식물이 살게 된다. 두웅 습지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이 되었다. 희귀 야생 동. 식물 서식 및 해안사구 배후는 습지보호지역이다. 람사르 습지로 등록이 된 것은 2007년 12월 20일이다.  

사람이 만든 저수지나 연못과 같은 공간이 아닌 두웅습지의 상징은 금개구리이기도 하다. 부여의 왕 해부루는 금빛 개구리 모양의 어린아이를 얻었는데 그 아이가 훗날 금와왕이 되었다고 한다. 금개구리는 그렇듯이 권력과 부를 의미하기도 한다.  

생태학과 사회생물학은 단순히 이분법적인 접근으로 해석할 수가 없다. 모든 생명의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생물학적 관점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기에 사회생물학이 필요하다. 요즘에는 개구리를 보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금개구리 역시 여러 곳에서 서식했던 한국 고유종이다. 이곳 두웅습지에 다수 서식했으나 환경 변화에 함께 대부분 사라져서 지금 복원 중에 있다고 한다.  

두웅습지는 지금 모습보다 더 컸었으나 지하수 등으로 빠져나가 많이 작아졌다고 한다. 한 바퀴 돌아보는데 10여분 정도면 충분하다. 생태를 관찰하면서 돌아본다면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돌아볼 수 있다.  

두웅습지에는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수면까지 자라 많은 잎이 사방으로 펴지는 애기마름이나 우리나라에서 단옷날 창포물로 머리를 감아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풍습의 창포 같은 수변식물들도 관찰할 수 있다.  

습지의 바로 옆에는 논이 있다. 논에는 작은 수생식물도 같이 공존하고 있다.  

개미 언덕이라는 작품처럼 습지가 자리한 곳의 모래언덕(사구)에 대한 이야기를 써나가도 괜찮아 보인다. 괴테는 색채론이라는 책을 썼는데 그 책에서 독창적인 자연 과학론을 주장하였다. 맑음으로 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하게 만난 작은 꽃이 맑게 만들어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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