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The 다이브

날개 있는 추락

깎아지르는 듯한 산의 정상에서 뛰어내릴 때는 기분이 좋았다.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쾌감과 아래로 펼쳐지는 초원과 바위 위로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그 느낌은 윙슈트가 가진 최고의 매력이었다. 하늘에서 몇 바퀴 돌면서 떨어지면서 붙은 가속도에 몸에 날개라도 단 듯 거리낌 없이 지상으로 향해 활강하는 스릴은 다른 스포츠에서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지상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훈련하고 윙슈트를 입고 뛰어내린 것이 세 번째였다.


100여 년 전부터 소수의 모험가들이 날개 달린 옷을 개발해 입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지만 지금은 프랑스에서는 윙슈트와 스카이 서핑을 세계 항공스포츠대회 종목에 포함시켰다. 예전부터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기는 했지만 윙슈트에 도전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안전해 보이는 패러글라이딩의 활공 비가 10.0이지만 윙슈트는 2.5다. 1미터를 추락할 때 2.5미터를 전진하며 최고 시속은 250km에 이르기도 한다.


순수하게 인간의 몸으로 하늘을 나는 윙슈트의 쾌감에 젖어 있을 무렵 정호는 낙하산을 펴야 하는 고도를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아차 하는 순간 낙하산의 줄을 당겼다. 그렇지만 줄어들지 않는 하강속도는 신체를 제어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착륙해야 할 곳이 아닌 바위가 많은 곳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그의 오른발의 무릎 아래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의족을 달고 재활은 했지만 스포츠와는 거리를 두고 살았다. 그렇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비행했던 그 순간은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호는 우연하게 다이빙 국제대회를 참관하게 되었다. 자신의 신체로 뛰어내리기 위해 수없이 훈련을 해서 단련된 몸으로 날 듯이 떨어지는 그 모습은 각인이 되었다. 그렇지만 의족을 달고 다이빙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이빙에서 발은 정말 중요한 부위였다. 자신만의 운동을 하면서 준비를 했지만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127시간이라는 영화를 우연하게 보았다. 협곡에서 조난당한 후 살아남은 아론 랠스톤의 127시간 동안 느꼈던 감정들, 절망감에서 빠져나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생의 의욕을 다시 불태우는 경험이 그려진 놀라운 실화는 개인주의적이고 자신이 늘 먼저였던 한 인간이 사람을 통해 희망을 얻고 기적을 만들어낸 그 모습이 용기를 주었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팔을 부러트리고 잘라낸 후에도 다시 도전을 한 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 후 정호는 하이다이빙 강습에 등록을 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2년쯤 지나자 다이빙의 기본자세로 입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전히 신체가 모두 멀쩡한 사람들의 어려운 자세는 할 수가 없었지만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스포츠였다. 모두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이곳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각자만의 스토리가 있어 보였다. 회원 중에는 물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데다가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조차 관심이 없어 보이는 어린 친구도 있었다. 강사가 이탈리아에서 열리게 될 이글스 다이브 대회에 대한 설명을 하고 각자 입수를 시작하면서 운동이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몸풀기를 조금 더 하고 들어가는 정호는 기본 플랫폼에서 입수하는 정민을 보았다. 다이빙을 시작하였지만 물을 무서워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무슨 이유로 하이다이빙을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특이해 보이기도 했다. 몇 번이나 입수를 했던가. 물을 많이 먹어서 힘에 부치는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그의 옆에 와 앉았다. 역시나 이번에도 물을 먹은 모양이었다. 연신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목이 많이 말랐나 봐요."

"예? 아~ 그건 아니고요. 물에서 숨 쉬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요."

"원래 인간은 물속에서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아! 맞죠. 그런데 저도 모르게 물속에 들어가면 당황해서 물을 먹게 되더라고요."

"조금씩 나아질 거예요."

"그런데 저는 지금도 신기해요. 그 다리로 어떻게 다이빙을 할 수 있는지요."

"아~ 당연히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저도 나름의 사연이 있었고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몸의 장애나 정신의 장애나 자신이 한계라고 생각하면 장애가 되는 거 같아요."

"저 같으면 시도도 못했을 거예요."

"잠시 일어나서 따라와 볼래요?"

정민은 정호의 말에 일어나서 따라갔다. 그는 플랫폼에서 가만히 물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민은 정호의 시선이 이른 곳을 쳐다보았다. 파란색의 깊은 물속에 바닥의 타일이 조명의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것만 같았다.

"물속이 잘 보이죠?"

"예 잘 보이죠. 물이 깨끗하니까요."

"사람의 속은 잘 본 적이 있어요?"

"아니요. 사람의 속을 어떻게 봐요. 제 마음도 잘 보지 못하는데요."

"그거예요. 물은 무서워할 것이 없어요. 다 보이잖아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은 부정적으로 쓰일 때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다른 관점이 생겨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원래 사람의 한 길 속의 마음은 자신조차 몰라요. 계속 바뀌니까요. 바뀐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그렇지만 바뀌지 않는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성장하다 보면 한 길 속의 마음이 평온하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러면 보이게 되는 거죠."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아요."

"저는 다이빙이 좋은 이유가 그거예요. 물론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힘들지만 다이빙대에서 내려다보면 고요해진 물속이 명확하게 보여요. 그곳으로 들어가면 물이 떨어진 저 때문에 흔들리면서 흐려지지만 저의 마음은 평온해지는 느낌을 받아요."

"투명해서 너무 잘 보이는 물을 무서워하는 것은 알 수 없는 저의 마음이라는 이야기네요."

"그럴 수도 있죠. 그렇지만 입수해보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가 없어요."

"맞아요. 열길 물속을 통해 한 길 속의 자신의 마음을 알듯이 노력해볼게요."

"그런데 이글스 다이브 대회 도전할 거예요?"

"제가요? 제가 어떻게 그 대회에 도전해요."

"뭐 어때요. 저도 도전해볼 생각인데요. 목적이 있고 방향이 정해지면 더 마음이 명확해져요. 그곳을 갈 수 있든 없든 간에 도전하다 보면 다이빙이든 개인적으로든 성장하게 돼요."

"저야 잘 못하겠지만 해볼게요."

"자 그럼 올라갑시다."

"예? 저는 아직 이곳이 너무나 좋은데요."

"어떻게 살면서 좋은 것만 해요. 저곳도 올라가다 보면 좋아질 거예요."


다이빙대에서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팔이라는 날개가 있다. 그 날개는 사람의 마음과 닮아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전해지는 속담에 '사람이 죽는다고 쟁기가 멈추는 법은 없다.'가 있다. 어떤 서사에서도 타인의 삶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태양 가까이에 가서 추락했던 이카루스와 닮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시 날고 싶다는 생각이 이곳으로 정호를 이끌었다.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보이는 것을 만들려고 한다. 한 다리의 발 모양은 원하는 대로는 할 수 없었지만 다이빙대에서 다이브 하는 정호는 한계를 넘어서려는 존재처럼 보였다.


The 다이브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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