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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7. 2022

인연의 온도

복숭아가 맛있는 성주에 자리한 덕암서원

온도는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람들은 온도에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지만 극복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있다. 많은 생명체들이 임신했을 때 성별이 구분이 되지만 어떤 생명체들은 온도에 따라 성별이 구분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바다거북이다. 바다거북은 암컷이 알을 낳을 때 온도가 29도를 넘으면 암컷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29도 아래로는 수컷이 될 확률이 높다. 사람은 그렇게 성별이 결정되지는 않겠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것들이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인연의 온도라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인연의 온도가 차가운 관계는 쉽게 멀어지고 따뜻한 관계는 서로에게 녹아들듯이 연결이 된다. 물론 너무 뜨거운 것도 서로를 가까워지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오래된 공간을 가보면 누군가를 기념하여 세운 건물을 만날 때가 있다. 성주, 김천, 상주는 인접한 지역으로 모두 여름과일이 맛이 있는 곳이다.  

성주에 자리한 덕암 서원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286호로 지정된 곳으로 조선 현종 13년(1672)에 유학자인 경산 이 씨 이천배, 이천봉, 이주를 기념하여 세운 곳이다. 고종 5년(1868)에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해체되었다가 다시 고종 13년 (1876)에 덕암 서당으로 고쳐 지으면서 명맥을 유지하다가 1998년 정부와 경상북도의 지원을 받아 사당과 동재, 서재 등을 세우고 서원을 구성을 갖추게 되었다.  

무흘구곡을 알린 정구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이천배와 이천봉과 이주는 장현광에게서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이천봉은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성주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덕암 서원은 공간이 넉넉해서 마음이 편한 곳이다. 음양에서 양이란 밖으로 그 기운을 발산하고 있으며 그 기운을 스스로도 사용하고 있다. 양이 상하로 있는 궤상에서 미래와 과거라는 뜻이고 공간의 높은 곳과 낮은 곳이라는 뜻이다. 상하가 있다면 이는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있다는 뜻이고 미래와 과거가 있다는 뜻도 된다. 

이곳은 경산지 京山誌와 경상도읍지 慶尙道邑誌에는 기록이 나타나지 않으나 교남지 嶠南誌에 의하면 덕암사(德岩祠)는 덕령산(德領山)아래에 있으며 효종조에 건립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성주 덕암서원은 가을에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다.

세 인물을 함께 배향한 서원을 세운 것은 경산이 씨 한 문중에서 배출한 뛰어난 인물이라는 것도 있지만 세 인물이 모두 벼슬길에 나아가기보다는 스승을 보좌하면서 어려운 일도마다 하지 않고 사문의 발전과 확장에 기여한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들 세명의 인연의 온도를 남다른 모양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간에 인연의 온도가 적당하기 위해서는 솔직함이 기본이 된다. 만물의 존재방식은 순환에 있었다는 것을 옛사람은 익히 알고 있어서 지극히 그 흐름을 역행하려고 하지 않았다. 지난 세월 봄이 왔던 기억을 떠올렸는데 벌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고 있다. 여름 과일도 이제 사라지는 시기가 되었다. 

이천봉은 형인 이천배보다 9살이 어렸던 관계로 14세에 부친이 사망한 이후 형의 보살핌을 받아 성장하였고 함께 한강의 문하에 입문하였지만 47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형에 비해 오랫동안 살면서 스승인 정구를 현양 하였다고 한다. 

복숭아와 포도가 맛있는 지역을 갔다가 복숭아를 사 왔다.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중심축이 있고 그것은 일정한 방향과 주기를 가지고 순환하고 반복하며 존재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이치다. 사람마다 인연의 온도가 몇 도라고는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그 온도를 조금씩 맞춰가는 것이 삶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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