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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8. 2022

즐~야해(夜偕) 야행(夜行)

너무나 좋을 때 시작된 2022 청주 문화재 야행

확실히 여름이라는 친구가 멀리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날이었다. 저녁에는 긴팔과 긴바지를 입어도 충분히 괜찮을 만큼 온도가 많이 떨어졌다. 요즘에는 때마다 찾아오는 절기가 과학적이라는 것을 넘어서 신기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동양에서의 절기는 달의 변화를 보고 땅의 변화를 알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태양은 태양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면 지구의 작은 변화는 달이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에 사람들이 모이고 즐기고 돌아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던 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밤이라는 시간은 각자의 시간으로만 보내야만 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낮에 일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자연스럽게 밤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충북 청주 원도심 일대(중앙공원~철당간~청녕각~북문로~엣 청주역사공원)에서는 2022 청주 문화재 야행이 진행되고 있는데 8월 27일부터 28일까지 딱 2일간 누군가와 함께 야해(夜偕)하며 야행(夜行)하는 시간이었다.  용두사지 철당간, 중앙공원, 청주시청 임시청사 내 청녕각, 성안길,  서문시장, 남주·남문로 등 청주 원도심 일원에서 22개의 유무형 문화재와 연계한 34개의 현장 프로그램과 3개의 비대면 프로그램 등 총 37개의 전시·공연·체험 프로그램이 진행이 된다.  

청주시는 스토리가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청주라는 지형이 수해를 입을 수 있는 지형이라고 해서 세워진 용두사지 철당간이나 고려시대 청주목의 객사문 앞에 있었던 나무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것으로 1390년 이색, 권근 등 10여 명이 이성계의 반대파로 지목되어 청주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이때 마침 큰 장마로 물에 빠져 죽게 되었을 때 올라가 죽음을 면하게 되었다는 압각수, 임진왜란 당시 공주의 승병장이었던 영규대사(靈圭大師)와 조헌이 육지에서 첫승을 만든 청주성전투등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여러 번 본 적이 있는 철당간을 밤에 보는 것은 처음이다. 풍수지리적(風水地理的) 형국이 배가 지나가는 모양인 이른바 행주형(行舟形)이어서 주성(舟城)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날  큰 비가 내렸고 먼동이 틀 무렵 서쪽 하늘에 영롱한 무지개가 다리를 놓은 위로 부처님이 나타나 혜원(蕙園) 스님에게 “용두사에 들어가 배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돛대를 세워라”라고 해서 혜원스님이 세웠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청주읍성은 앞서 말한 대로 일제강점기 도시정비사업으로 1911년 강제 철거됐되었는데 당시 일제는 철거 과정에서 나온 성돌을 하수구 축대 정비나 도로 건설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청주 문화재 야행의 중심 공간은 바로 이곳이다. 

청주 문화재 야행은 지난 2016년부터 해마다 개최하는 청주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유‧무형 문화재와 함께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거니는 독특한 밤나들이 프로그램이다. 시민들의 참여가 적극적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주농악과 태평무가 어우러진 '희망을 향해', '달빛 출항식'을 시작으로 도깨비가 전하는 청주의 역사이야기 '괴의 가락지: 용두사지철당간과 주성' 공연이 열리는 것도 보고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도 돌아본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에게 방해가 될 사람들을 제거하기 위해 정도전이 이곳으로 향했지만 엄청난 비로 인해 청주에 도달하지 못했다. 청주 압각수는 청주 객사의 마당에 있던 나무인데 일제강점기 충청북도 도청이 이곳에 있다가 이전하면서 지금과 같은 공원이 있다. 수령은 900여 년을 훌쩍 넘었다.  

청주에 남아 있는 목조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고려시대 청주 관아의 객사 동쪽에 있던 누각 건물로 취경루도 불을 밝히고 있었다. 불을 밝히고 보니 밤의 시간이 좋다. 밤이지만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시원하고 딱 좋은 날이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체험들이 많은 문화재 야행이었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하듯이 이곳을 돌아보고 체험하면서 청주의 역사가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접하게 하고 있다.  


처음 보는 청주의 잘 알려진 먹거리를 사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고 있었다.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고소하면서도 달달한 향이 코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에게 사다 주고 싶기는 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이날은 포기를 해본다. 야하게 야행하며 함께해보는 청주의 문화재 야행은 이렇게 마무리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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