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Aug 29. 2022

8월에 대청댐을 가다.

어둠 속에도 빛이 비치어지는 대청댐의 야경

인생에도 연습은 있다. 그렇지만 실전에 들어서게 되면 항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된다. 실력을 보여주고 싶으면 실력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연습이 필요하다. 계절이 바뀌는 것이 직접 느껴지고 있다. 밤에는 이제 시원하다 못해 싸늘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온도가 떨어지고 있다. 계절로만 본다면 확실한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해가 떨어진 시간은 묘한 감성을 준다. 우리는 존재를 중시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며 물질적 만족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왔다. 무한 성장이 가능하지 않은 이때에 선택적 성장을 지향하며 정신적 만족을 추구하는 삶을 시작할 때이다. 지금 좋은 곳이 어디 있는지 주변을 돌아보자. 

과일이 익어가는 계절의 가을에 밤이 무르익어갈 때 대청댐을 찾았다. 가장 소중한 가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이다. 어떤 꽃과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계단이 많지는 않지만 열심히 걸어서 대청댐으로 올라왔다. 

이 시간에도 대청댐을 찾아온 사람들이 적지가 않았다. 가을은 책 읽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책 읽기가 좋지 않은 계절이 없겠지만은 가을은 온도가 딱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번잡한 일상을 떠나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데에는 독서만큼 좋다. 올해의 가을에는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어떨까. 선사시대부터 오늘날 대중영화까지 인간과 사회와 예술의 관계를 사회관계 속에 빚어진 산물이라는 관점의 작가의 이야기가 공감이 간다. 

쭉 뻗은 대청댐의 길에서 대청호는 보이지 않지만 아래에 물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우리는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도 있고 전혀 모르는 것도 있다.  최근에 유럽이 폭염으로 인해 가려졌던 것들이 보이고 있다고 한다. 대청댐의 물속에도 사람들이 살던 흔적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1980년 조성된 대청댐은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과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덕유리 사이의 금강 본류를 가로지르는 댐 건설로 1447만 528㎡규모의 토지가 물에 잠겼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문명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달했지만 사람의 삶은 어디에든 존재했었다. 밤이라서 볼 수는 없지만 사람의 뇌파가 가장 안정적일 때는 푸른 하늘과 녹색 산, 푸른 호수가 어우러지는 곳에 들어가면 사람의 뇌파가 안정적으로 된다고 한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자연 속에 머물면서 바람보다 앞서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대청호의 주변은 무려 80km에 이르는데 생명수이기도 하지만 바다가 없는 내륙에서 가장 넓은 푸른 풍경을 보여준다.  

이렇게 가을의 초입에 서 있다. 무언가를 해보려고도 하지만 어떤 것은 하지 않으려고도 한다. 어떤 곳이나 상황에서 든 간에 터닝 포인트는 있다. 그 터닝 포인트에 움직이는 사람이 있고 그냥 하던 것을 그대로 하려고 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정말 시원해졌다. 약간 쌀쌀하다고 느낄 정도다. 

매거진의 이전글 즐~야해(夜偕) 야행(夜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