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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9. 2022

평온한 일상 걷기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센터와 서해바다

새가 울어대서 태안의 바다를 보는 평온에서 깨어나 방긋이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해당화를 보았다. 흰모래와 어우러진 코발트빛 바다는 명사십리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명물이 태안에 있다. 해당화는 이름 그대로 바닷가 모래사장이 좋아하는 꽃이다. 확 트여 평온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소금물에 젖어 있는 모래땅에 뿌리를 묻고 사는 꽃이다. 주홍빛 해당화를 보고 있으면 애달픈 사연을 말해주려고 하는 것만 같다.  

넓은 공간에 잔디가 심어져 있는 이곳은 태안의 바다다. 이 앞에는 여행하기 좋은 숙소와 함께 신두리 캠핑장도 있어서 제주도 못지않은 느낌을 준다. 해안사구에 대한 정보를 입체와 영상으로 재현한 체험공간으로 '한국의 사막'으로 불리는 신두리 해안사구가 시작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센터로 들어가 본다. 

모래는 척박해 보이지만 해안사구의 아래에는 지하수를 가득 저장하고 있다. 환경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해안사구다. 날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반짝이는 바다는 여전히 눈부셨고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르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청명하게 꽃의 향기와 모래바람의 촉감이 함께 다가온다.  

태안의 모래가 펼쳐져 있는 바다에 자리한 사구센터로 들어가 본다. 고운 모래와 함께 관련된 책을 읽어볼 수 있는 곳이다. 평온한 일상이란 자신의 손에 쥘 수 있는 것에서 가치를 찾는 것이다.  과거는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고 미래는 내 손에 쥐어진 것이 아니다. 

아이들과 방문해서 공간을 둘러보면 생명의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인생에도 각본이 있을까. 인간은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는 유일한 존재라고 한다. 어떤 성격이든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가지게 된다.  

신두리 해안사구센터의 옥상에 올라가면 이곳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9월부터 체험해볼 수 있는 모래조각 체험교실은 오는 8월 말께 개최될 예정인 모래조각 페스티벌 연계 프로그램으로, 신두리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 삼아 모래조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해당화는 키 작은 갈잎 꽃나무로써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깃털 모양으로 7~9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되어 전체적으로 새 날개 모양의 겹잎이다. 해당(海棠)화는 시간과 바람이 빚어낸 신두리 해안사구의 거대한 모래언덕 곳곳에 옹기종기 해당화 동산이 펼쳐지면서 특별한 감성을 만들어낸다. 광활한 모래 언덕 곳곳에 피어있는 진분홍 해당화의 풍경은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해당화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다. 그냥 작은 꽃이려니 하고 지나쳐가면 해당화가 어떤 자태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海棠眠重困의垂

恰似楊妃被酒時

賴有黃鶯呼破夢

更含微笑帶嬌癡

해당화가 잠이 깊어 노곤하게 늘어지니

양귀비가 술에 취했을 때와 같네

다행히 꾀꼬리가 울어 잠을 깨우니

다시 미소 지으며 교태를 부리네


- 이규보의 '해당(海棠)'

이렇게 모래사장을 평온한 일상 걷듯이 해서 걸었다. 이 모든 모래는 결국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시작된 산에서 출발해서 부서지고 갈라지면서 결국 모래가 되었다.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는 할 수는 없겠지만 평온 찾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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