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사람들이 방문하는 풍경 입소문+바다
수표는 신뢰의 다름 이름이다. 사람마다 신뢰는 모두 다르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신뢰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자신의 한 말과 행동은 최대한 하나로 잇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흔히 말해서 보증수표라고 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그 목적을 이룬다는 데에 많이 사용한다. 여행하는 지역도 보증할만한 곳이 있다. 누가 보아도 만족할만한 풍경과 먹거리와 감성까지가 담기면 금상첨화다.
강진푸소(FU-SO)는 ‘Feeling-Up, Stress-Off’의 줄임말이다. ‘덜어내다’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 ‘푸소’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농가에서 머물며 농촌의 따뜻한 정서와 타인과의 소통, 땀방울의 가치를 배우는 감성여행이자 체류형 경험을 느껴볼 수 있다.
오가는 차가 많지 않아서 멈춰서 바라보기에도 좋은 강진의 해변도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바다다. 지금 바로 앞에 멈추면 보이는 것이 무엇인가. 이 질문은 스스로에게 해보는 질문이다. 강진이 겨울에도 따뜻한 이유는 단순히 남해에 위치해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감성이 넘치는 시와 어울리는 곳이이기 때문이다.
가을이 올 때 장독대 위 단풍 드는 감나무를 쳐다보고 '오매 단풍 들겠네'라고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맑고 천진한 감성을 지닌 누이 모습을 대비한 시를 김영랑은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에 썼다. 맑고 천진난만했던 그녀는 갯벌에 난 길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곳을 수없이 걷지 않았을까.
갯벌에도 하늘이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야 본다. 멀리 있는 갯벌에는 바다를 품고 있어서 물이 빠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담고 있었다. 월출산을 등진 내륙 쪽에는 푸른 들판과 각종 문화재들이 보존돼 있어 구석구석 가볼 만한 곳이 많은 강진은 푸르른 녹지 속을 거닐다 갑자기 바다가 내키면 금방 해안가로 이동할 수 있어서 좋다.
썰물이 되면 이곳의 길이 열려서 저 끝에 다다를 수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긴 바닷길이 아닐까. 이번 강진에서 만난 아름다운 미로(美路)는 이곳이었다. 아름다운 길에는 서정이 흐르고 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까지 와서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의 먹구름이 저 건너편으로 빠르게 이동을 하고 다시 더 멀리 보면 강진의 다른 지역이 보인다. 자주 가볼 수 없는 풍경을 감상하고 이를 통해 바깥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맑은 삶에 대한 의미의 바다가 갖는 의미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을 찾아보며 삶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윤슬(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은 잔잔한 매력이 있다. 해가 뜰 때나 해가 질 때 더욱더 선명해진다. 이 앞에 문화적·생물학적 보존 가치가 인정돼 1966년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큰 까막섬(대오도)과 작은 까막섬(소오도)으로 이뤄져 있으며 물이 들면 두 개로 갈라졌다 물이 빠지면 육로가 연결돼 하나가 되지만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까막섬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윤슬 같은 사람이 생각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