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 : 사람이 살고 생물이 터전을 일군 바다
말없이 내 손을 잡아주는 것들이 있다. 흐린 하늘에서도 바다 위의 등대는 그 모습을 드러내며 바다를 드리우고 저 멀리 어딘가에 있을 존재에 대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무언가를 눈으로 보는 것은 일부만 보는 것이며 마음으로 보는 것의 깊이에 미치지 못하기도 한다. 쨍한 날에는 모든 것이 잘 보여서 하나에 집중이 잘 되지 않지만 어두운 날에 보면 잘 보이는 것들도 있다.
부산 기장이라는 지역은 관광자원뿐만이 아니라 해양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해산물과 해조류는 전국에서 품질이 좋기로 잘 알려져 있다. 기장에만 칠암항, 동백항, 이동항, 이천항, 학리항, 죽성항, 월전항, 대변항, 서암항, 공수항등 배가 드나드는 곳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그곳에서는 미역과 다시마가 생산된다.
바다는 어부들의 터전이자 밭이다. 한반도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부산 기장군은 남해가 아닌 동해에 맞닿아 있어서 동해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물살이 세고 일조량이 풍부한 곳이다. 전라도의 미역이 부드럽고 크다면 이곳의 미역은 탄력있고 작지만 맛에 깊이가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지리적 표시제를 지원하고 있는데 지리적 표시제란 농수산물(가공품 포함)의 명성. 품질 등이 본질적으로 특정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해당 제품이 그 지역에서 생산. 가공되었음을 나타내는 표시다.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제32조에 그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매년 멸치축제가 열리는 대변항에 와서 다른 바다 풍경에 잠시 그 풍경을 보고 있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누군가가 유화로 이곳을 색칠해놓은 것만 같다.
해양수산부의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이 되어 있는 건수는 27건(22.7월 기준)으로 등록품목은 꼬막, 전복, 미역, 다시마, 키조개, 김, 넙치, 매생이, 굴, 미꾸라지, 미더덕, 새꼬막, 송어, 가리맛조개, 우럭 등 15개에 달한다.
지리적 표시제 등록은 해수부의 산하기관인 수품원에서 서류 접수 등을 거쳐 심의 등록신청 공고, 등록 공고, 사후관리 등을 거쳐 등록이 되는데 그 후로도 분기, 반기로 관리를 하게 된다. 등록기준은 정관, 생산계획서, 대상품목, 명칭 및 품질의 특성, 유명 특산품 증명, 지리적 품질의 특성, 대상지역 범위, 자체 품질기준, 품질관리계획서 등이 포함되어 있다.
기장은 미역과 다시마가 자라는데 최고의 조건을 갖춘 만큼 미역. 다시마 특구 지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조선시대 '세종실록 지리'에 따르면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된 미역으로 기록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하기에 기장미역, 다시마 등을 활용한 상품 등은 해양수산부가 인증한 수산물 품질인증, 수산전통식품, 수산물 이력제 및 지리적 표시제, 유기수산물 인증, 할랄 인증을 획득하였다고 한다.
기장의 바다를 본 기억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묘한 힐링을 주었다. 아래를 보면 거 센물 살이 이리저리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상당히 맑다. 서해안의 갯벌로 인해 탁한 바다와는 다르고 남해바다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기장 바다의 역동성과는 다르다.
이곳은 기장의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오랑대라는 곳이다. 흐린 날이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푸른 산들바람을 쐬며 조용한 바다를 걷고, 풀 향기 물씬 풍기는 녹음방초가 펼쳐진 풍경을 만나본다. 이 시간에 부산의 바닷길을 찾아 나선 이유는 한 굽이 돌 때마다 짙푸른 여름과 가을 사이의 바다가 다가와 마음을 건네고, 산자락에 새 단장을 시작한 연둣빛 숲에선 조용한 인사를 한다.
오시리아라는 이름은 인근 바닷가 명승인 ‘오랑대’와 ‘시랑대’에서 앞글자를 따고, 부산으로 ‘오시라’는 중의적 의미를 더해서 붙였다고 한다. 오랑대는 옛날 기장으로 유배 온 친구를 만나러 다섯 선비가 이곳에 와서 풍류를 즐겼다는 설에서 전해진 이름이라고 한다.
탑건 매버릭에서 나왔던 노래 Hold My Hand에 대한 링크를 마지막으로 글의 끝을 맺는다. 글루미 한 바다에서 구름이 쭉 어두웠다고 천국으로부터 들었다는 가사에 자신의 손을 잡으라며 손을 내미는 내용들이 들어 있다. 어둡고 아파할 것 같은 날이었지만 그렇게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