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향이 가득한 하동의 마을 술상항
가는 계절 잡을 수 없고 오는 계절은 막을 수가 없다. 계절이 자연스럽게 바뀌면서 풍경도 같이 바뀌어간다. 풍경이 바뀌면 마음의 머무름도 달라지고 그렇게 시간이 가는 것을 체감할 때가 있다. 이제 가을바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에 와 있다. 센티해지고 싶지 않아도 그렇게 만드는 것이 계절의 힘이기도 하다. 눈으로 보는 모습과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분할에 따라서 그날의 풍경이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동의 끝자락에 가면 전어 향으로 유명한 술상항이라는 곳이 있다. 어촌 뉴딜 300이 진행된 곳이라서 마을공동체와 함께 술상마을 나눔 센터와 같은 공동체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어촌 뉴딜 300 사업은 국민생활 3만 불 시대에 걸맞은 300개의 어촌과 어항을 현대화하고 종합 해양 관광 활성화와 어촌의 혁신 성장을 견인하고자 추진한 국책사업이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가을의 색이 물씬 묻어나고 있었다. 어부들은 바다로 나가 바다의 먹거리를 잡아오기 위해 출항을 한 상태였다. 술상항은 수상레저 특화항을 지향하며 접안시설 보강과 술상마을 나눔 센터, 마르쉐 광장, 술상 어항 경관개선, 철새 전망대, 계류시설 등이 조성되었다.
앞으로 어촌마을의 100년 먹거리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새콤달콤 회무침으로도 인기가 높고 왕소금을 뿌려 노릇노릇 구워낸 전어구이가 있는 술상항은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걷기에 좋은 곳이다.
상반기에 준공한 술상항·중평항 외에도 하동군에는 올해까지 송문항을 비롯한 4곳의 어촌 뉴딜 300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하니 추후 소개하려고 한다. 바뀐 시설 중에 전망대가 있으니 전망대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전망대가 이국적이어서 딱 필자 스타일이기도 하다.
하동에 심어져 있는 백일홍이 유독 빨간 것이 여인의 입술색과 닮아 있었다. 진홍빛의 꽃이 빨갛게 수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산토리니를 간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바다에 매력을 느껴 공간 처리 과정에서 자연의 색채를 이용하여 섬과 바다와 하늘의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술상 전어는 깨끗한 노량 앞바다와 사천만의 민물이 합류하는 거센 조류지역에 서식해 고깃살이 쫄깃하고 기름기가 많아 유달리 고소하며 영양가가 높다. 한국도 바다마다 고기 맛이 달라진다. 전어잡이는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물살이 잦아드는 약 두 시간만 전어 떼가 움직이기 때문에 그 시기에 맞춰야 한다.
하늘이 코발트색이긴 한데 물을 많이 넣어서 흐리게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가을은 미식의 계절이기도 하다. 남도의 가을 바다가 전국의 미식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가을을 알리는 대표주자였던 전어는 이미 7월에 술상항의 주인공이 되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하동의 술상항에는 은빛 빛깔을 반짝이며 전어 때가 밀려온다. 윤동주 시인의 시 제목을 인용하여 가을바다를 말하자면 '가을과 바다와 마음의 시'라고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