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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8. 2022

피의 세습

그러게 태어나길 잘하지 그랬어...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피의 세습이 한계를 규정짓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가능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계급의 한계에 묶여 있다. 우리에게 공평한 것은 한 사람에게 한 표가 주어지는 민주주의뿐이 없을지도 모른다. 시작이 공정하지 않으며 가진 것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면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론에 휩싸일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태어나기를 잘해야 된다는 말도 있다. 태어나기를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태어나는 것을 결정해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세상을 떠났다. 서거라는 말 대신 세상을 떠났다는 말로 표현한다. 영국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여왕은 한 시대를 상징했었던 사람이다. 이미 중세시대를 지났지만 그 시대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이다. 그냥 그렇게 태어났을 뿐인데 왕이 되고 여왕이 되던 피의 세습 국가이다. 군주제 국가에 대한 비판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왜일까. 태어나면서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는 어떻게 열리게 될 것인가. 계급사회는 없어졌다고 하지만 과연 없어졌을까. 사람들은 끊임없이 현 시스템에서 가능한 계급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한국에도 수많은 직업이 있지만 특정 직업에서만 정치인이 많이 나오고 그것이 이상하지 않다는 정치인들의 궤변은 무엇인가. 노동을 하는 사람은 그냥 노동직군이라고 퉁치는 이상한 사회는 계급사회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돈을 주고 어릴 때 돈을 지원하는 것은 저출산의 해법이 아니다. 어떤 직업이라도 노력하면 선택할 수 있는 사회는 아니다. 자유를 그렇게 부르짖지만 너의 자유와 나의 자유는 다르다고 말하면 납득이 될 수 있을까. 


피의 세습은 결국 국가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이후에는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그냥 잘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것을 누리는 사회는 결국 사람의 한계를 규정짓기에 노력을 덜한 사회로 진화할 것이고 출산율을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방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부동산 문제를 만들어냈고 주식과 가상화폐에 몰빵 하게 만든 사람들을 양산했다. 


현재 한국이 모델로 삼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이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개척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정치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지만 많은 이들이 피의 세습으로 인해 현실감각은 무디기만 하다. 그들의 권력다툼은 지금 현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른다. 자신들의 삶은 풍족하고 앞으로도 만족할만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국이라는 나라의 역사는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군주제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한국사람들 역시 잘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출발선이 다르다는 문제를 부러움으로 바라보고 있다. 피의 세습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모든 사회문제는 복잡하게 꼬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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