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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0. 2022

세심한 감정

공주 석장리 계절별 꽃단지 

우리는 항상 이별을 하면서 살아간다. 옳다고 생각했던 것과도 이별하고 스쳐 지나가는 것과도 이별한다. 자연스럽게 이별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부여잡고 있으려다보면 우울이라는 웅덩이가 만들어지게 한다. 사람들은 행복하려고만 노력을 하기에 스스로를 바라보지 못하기도 한다. 행복하려는 생각이 너무 커지면 삶의 문제를 알려주는 슬픔, 분노 같은 감정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분명히 자신에게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면한다면 그 감정은 결국 자신을 외면한 자신에게 우울을 만들어낼 것이다. 

지나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을 보니 멈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곳은 석장리 계절별 꽃단지로 석장리 박물관과 금강변을 찾는 관광객에게 계절별 꽃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해두었다고 한다. 산책로와 함께 쉼터, 포토존이 있는데 봄에는 유채꽃, 튤립, 수선화와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구절초를 만나볼 수 있다. 

살다 보면 마치 상대를 이해하는 것처럼 가면을 쓰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이들이 교묘하게 상대를 깎아내리면서 기쁨을 얻으려고 한다.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다. 삶의 목적은 그냥 살아가는 것이지 행복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사람은 생각보다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낭만적인 존재는 아니다.  

나풀거리는 코스모스를 보고 있으면 좋다. 기쁨도 행복도 아닌 그냥 좋은 것이다. 요즘에는 행복이라는 감정은 과연 무엇으로 규정지어질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한다. 가진 것이 많아지는 것은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가끔은 슬퍼도 우울해도 된다. 그래야 행복이 무엇인지는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꽃밭을 거닐면서 이렇게 걷는 시간도 지나간 과거가 된다. 지나간 과거는 그냥 작별을 하면 될 뿐이다. 사람들은 작별을 잘하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새하얀 꽃과 붉은색이 스며들어 있는 작은 꽃들도 보인다. 이 시기에 피는 구절초는 부인들이 갖추어야 할 필요 물질을 태생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야생의 풀이기도 하다. 충남지방에서는 9월 9일 날 채취해서 말려두었다가 달여 먹으면 가장 약효가 있다고 하여 구일초라고 부르며 전남과 전북지역에서 넌 선모초라고도 부른다. 풀을 달여 먹으면 무인병이 없어진다고 한다. 

해바라기와 같이 눈에 뜨이는 꽃이 있는 반면에 작고 힘없어 보이는 야생초도 있다. 어떤 꽃도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다. 청초한 자태로 은은한 향기를 멀리 보내는 구절초에는 순연한 가을 정취가 가득했다. 

때론 소박한 것이 가장 아름답기도 한다.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 삶의 의미는 개인적인 영역에서 사회의 영역으로 나아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알프레드 아들러라는 심리학자가 쓴 삶의 의미라는 책에서 그는 삶이란 “산다는 것은 곧 스스로를 발달시키는 것이다.”라고 했다. 

삶의 근본적인 법칙은 극복의 법칙이기도 하다. 자연을 바라보고 있는 필자의 감각은 실제의 사실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들의 주관적인 이미지를 받아들인다. 말하자면 필자의 감각은 외부 세상이 필자에게 비치는 모습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세심한 감정이란 실제의 사실뿐만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살든 자기 자신을 응원하는 데 있다. 어떤가. 삶의 여정 속에서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살아왔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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