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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0. 2016

범죄의 여왕

남자, 여자 그리고 아줌마 

아줌마는 여자로 규정이 될까? 


여자는 결혼하면서 아줌마로 불리지만 아줌마는 여자이면서 다른 성으로 구분될 만큼 독특한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해간다. 여자는 못하지만 아줌마는 할 수 있는 특별한 일들이 있다. 특히 자식일이라면 모든 것에 우선할 만큼 강한 힘을 발휘한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는 아줌마..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도 한마디 거들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아줌마.. 그 모든 특색을 가진 아줌마가 범죄의 여왕의 양미경이다. 


최근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서 신고도 받고 있는 불법 의료시술의 대표 격으로 거론되는 동네 미용실의 미용사로 그려진 양미경은 사법고시 1차를 합격하고 2차를 준비 중인 아들을 걱정하며 상경을 한다. 상격을 하게 된 이면에는 수도세 120만 원이라는 문제가 잠재해 있었다. 대체 사시를 준비 중인 아들의 수도세가 120만 원이나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시험을 며칠 남기지 않은 아들을 걱정하면서 상격 했지만 그녀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120만 원이 물을 써댄 403호에 사는 남자다. 모든 사람이 관심 끄기를 바라지만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사건을 계속 파헤친다. 그녀는 그 고시촌에 사는 관리인부터 개태라고 불리는 부모 없다는 친구까지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다. 자신을 도와주면 엄마가 되어주겠다고 꼬드기면서 말이다. 겉으로 보면 거친 친구였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따뜻함이 남아 있는 개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해 미경을 도와준다. 

세상에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온갖 시험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어렵다는 시험인 사법시험부터 민간에서 하는 민간자격증까지 말이다. 그중에서 뭣이 중한데라고 말할 때 보통은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시험에 가치를 많이 둔다. 보통은 돈을 많이 벌던가 권력을 쥘 수 있는 자격시험에 큰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과거제도처럼 공평한 것처럼 보이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영화는 그냥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지만 오직 성공만을 위해 달려온 사람들의 어두운 이면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고시 합격이 과연 바람직한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가기 위해 벽을 넘어야 하는 고시를 위해 공부만 한 사람들이 과연 세상을 알 수 있을까. 법은 차디차지만 그걸 해석하는 사람들은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이다. 

고시가 조금 더 심하긴 하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어지는 한국의 현실에서 공무원에 목을 매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범죄의 여왕에서 범죄자가 된 남자 역시 이 사회가 만든 괴물일지도 모른다. 사법시험 2차를 10수를 준비 중인 남자는 자신을 기다려주지 못하는 아내를 그만 죽이게 된다. 


그렇게 물을 엄청 써가면서 살인의 흔적을 지우려는 범인을 보면서 그런 머리라면 사시는 일찍이 포기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들인 노력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모든 문제는 자신이 들인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들인 노력이 얼마인데 하면서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성에 대한 문제나 도박, 시험 등등... 인생 방향이 잘못되었을 때 속도가 빠른 것은 오히려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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