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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2. 2016

립반윙클의 신부

영혼 속에 남아 있는 거짓 행복

개인에게 있어 행복이라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행복을 자신의 마음대로 재단하려고 하고 심지어 평가하기까지 한다. 또 평가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언제든 삶을 재단해줄 누군가가 곁에 있기 마련이다. 최근 사람들은 SNS에 기반하여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수많은 SNS의 메시지 혹은 글 속에서 진실이 얼마나 될까. 잘 사는 척, 부유한 척, 괜찮은 척, 멋진 척, 이쁜 척하는 사진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그들은 그걸로 인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 자기기만이 있고 허영이 담겨 있다. 


냉정한 현실에서 유일한 회피 공간 플래닛이 자신의 전부인 미나가와 나나미는 플래닛에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속에 잘 꾸며진 상대방만 있을 뿐 진실은 찾아보기 힘들 만큼 꽁꽁 숨겨져 있다. 결국 괜찮게 보이기 위해 모든 것을 숨기며 결혼한 남편에게 거짓말을 잔뜩 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더 이상 덮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자신을 속이고 꾸미는 사람은 다른 사람 역시 믿지 못한다. 나나미 역시 자신을 속이고 결혼한 남자 츠루오카 역시 자신을 속인다. 그 속에 신뢰란 없다.  


다시 세상에 혼자 남게 된 나나미는 플래닛을 통해 수상한 남자 아무로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다 립 반 윙클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정체 모를 여성과 어울리게 된다. 사람들은 쉽게 SNS에서 친구를 맺고 친구를 끊는다. 오프라인에서 조금만 마음이 맞으면 친구라고 생각했다가 수틀리면 그 관계를 끊는다. 인스턴트식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상화된 지금 인생의 깊이는 없다. 마치 순간적으로 나오는 호르몬만 즐기고 남는 죽은 세포처럼 의미 없는 관계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집에서 쫓겨나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나나미는 결국 다시 SNS 세상을 찾게 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무얼 하고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한다.  

사실 이런 현상은 SNS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는 쉽게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은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냥 던진 말이라는 것 말이다. 그리고 모임에서 즐겁게 놀며 내일도 모레도 같이 만날 것처럼 굴지만 다음날이 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시 보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 우리는 친구의 의미를 무엇이든지 같이 할 수 있고 내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애써 포장하지만 실제는 "자신의 앞가림은 제대로 하면서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언젠가는 나에게 이득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존재"일때 관계를 유지한다. 

거짓과 기만이 넘쳐나는 SNS 공간과 현실에서 나나미는 마시로라는 친구를 얻게 된다. 사랑하는 관계처럼 보이는 이들은 사회에서는 인정되지 못하는 관계이지만 자신의 속내를 비추면서 다른 사람과 형성하지 못했던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러나 마시로는 나나미를 두고 죽는다. AV배우였으며 자신이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을 알리기 싫어했던 마시로는 세상을 떠난다. 다른 사람에게 알몸을 보인다는 것은 은밀하며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수치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인생은 순간순간의 연속이 이어져서 만들어진다. 순간이 즐거울 수 있고 순간 만난 사람이 좋을 수도 있지만 진심이 없다면 순간순간이 이어진 인생도 의미 없어진다. 아저씨의 원빈도 아닌데 오늘만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SNS를 하는 것도 사람이고 그 속에서 기만하거나 허세를 떠는 것도 사람이다. 현실보다 조금 쉽게 그런 모습을 취할 수 있다 뿐이지 삶의 정면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사람은 공간이 바뀌었더라도 진실됨은 바뀌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속이려는 사람은 결국 그 자신도 속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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