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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9. 2022

헌트

권력은 항상 견제받아야 국가는 존속된다. 

권력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마약이다. 우리는 마약을 심각한 범죄라고 취급하는 이유는 한 번에 뇌구조를 바꾸기 때문이다. 뇌구조가 바뀐 사람은 더 이상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부터 망치고 결국에는 주변 모든 사람을 망치게 만든다. 사회를 좀먹게 만들기 때문에 마약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권력은 어떠할까. 권력 역시 사람의 뇌구조를 바꾼다. 마약과 다른 것이 있다면 평범한 척 생활은 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마약과 달리 권력은 견제받으면 제어가 가능하다. 마약은 견제를 할 수가 없다. 스스로가 망가져버렸는데 외부에서 어떤 견제를 해도 제어가 가능하지 않다. 권력은 일반적인 사회 시스템이 유지되는 가운데 누리려고 하기 때문에 그 시스템이 유지되는 가운데 계속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다. 모든 힘은 제어가 가능해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 어떠한 제도도 사람의 권력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영화 헌트는 대한민국 역사의 터닝포인트에 있었던 시기를 그리고 있다.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와 국내팀 김정도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 `동림` 색출 작전을 시작한다. 스파이를 통해 일급 기밀사항들이 유출되어 위기를 맞게 되자 날 선 대립과 경쟁 속, 해외팀과 국내팀은 상대를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조사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온갖 술수가 난무하는 복잡한 상황을 그려나간다. 

황정민, 이성민, 유재명, 박성웅, 조우진, 김남길, 주지훈 등이 무더기로 등장해서 영화 속 카메오를 보는 듯한 잔재미도 있다. 권력은 나눌 수가 없다. 영화 속에서 권력기관과 조직은 서로를 의심하고 서로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온갖 공작 작업을 한다.  

권력에서 사실 정의라던가 사실 같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의나 사실이라고 생각하는지 알게끔 만들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거짓이든 꾸며진 것이든 상관이 없다. 지금도 정치판에서 그 모습을 얼마든지 보고 있지 않은가. 가려진 사실을 보고 싶다면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우는 방법뿐이 없다. 채널은 더 많아지고 정보는 넘쳐나는데 오히려 더 왜곡되어지는 것은 왜일까. 생각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더 적어진 탓이 아닐까. 분명한 것은 어떠한 형태의 권력도 견제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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