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Sep 30. 2022

내당(內堂)의 맛

고기로 유명한 홍성의 갈비&제비추리탕 

요즘 사람들은 내당(內堂)이라는 단어를 잘 모르겠지만 옛사람들에게 내당은 익숙한 공간이었다. 오래된 한옥에서 부녀자들이 거처하는 방을 내당이라고 불렀다. 음식의 공간이며 궁궐에서의 내명부(內命婦)와 같은 역할을 하는 양반가의 여자들의 공간이기도 했다. 전통(여기서 전통은 재력이 아니다)이 있는 집 치고 음식을 잘 못하는 집은 없었다. 그래서 음식점을 갈 때 음식점의 이름을 보고 가기도 한다. 요즘 트렌드에 따라 막(?) 음식점의 이름을 짓기도 하지만 맛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음식점은 이름에도 그 의미를 담는다. 

홍성의 홍주읍성 앞에는 여러 음식점이 있는데 그중에서 전통이 있어 보이는 음식점을 선택했다. 홍성은 소고기로 유명한 또 하나의 충남의 도시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공간을 새롭게 복원하는 것을 비롯하여 조양문 주변 역사공원 조성, 홍주천년 양반마을 전통음식체험공간 등이 이 부근에 조성이  된다. 

내당이라는 음식점의 분위기답게 들어가는 입구부터 오래된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오래된 고택의 내당으로 들어가 보면 아늑한 느낌이 든다. 남성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곳에 거주하고 여성들은 안에서 거주한다는 것은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아닌 그 관계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다.  

마당의 한 켠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닌다. 음식이 그렇듯이 대중적인 것보다 특별한 것이 좋을 때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 역시 그렇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괜찮은 직업군에 종사한다고 하더라도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는 극소수다. 굳이 쓸데없는 데에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이곳의 한우 갈비탕은 요즘처럼 물가가 비싼 시대에도 15,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갈비탕의 고기로는 갈비와 제비추리가 들어간다.  갈비가 들어간 갈비탕은 참 많이 먹었는데 소의 안심에 붙은 고기로 구워먹기에 좋은 제비추리가 들어간 갈비탕은 처음 접해보는 듯하다.  

가장 무난하게 영양을 채울 수 있는 음식이 갈비탕이다. 이곳은 소의 특수부위도 많이 팔고 있는데 여러 사람과 왔을 때는 분위기가 있는 한옥의 방에서 먹어볼 수 있다. 안창, 살치살, 새우살, 치마살, 알등심 등이 주메뉴인데 누가 보아도 맛있는 소의 특수부위다.  

음식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릇에 애정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릇은 음식을 담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맛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식재료는 똑같은데 불구하고 그릇은 그 시대의 문화에 따라 진화한다. 흔히 선사시대 박물관에서 본 오래된 토기는 그 의미를 말해주는 것이다.  

잠시 홍주읍성을 걸으면서 생각해본다. 모든 것에는 궁합이 있고 때마다 철마다 하면 좋을 것들이 있다. 필자는 사람의 말자체를 믿지 않는 편이다. 그렇기에 사람의 근본을 잘 살피는 편이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어떤 능력이 있더라도 누구에게 소개하지도 않고 관여하지도 않는다. 말은 그럴듯하게 할 수는 있어도 행동은 속일 수 없다. 어떻게 몸의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겠는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사람을 잘 알아보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하늘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