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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빵 하나가 더 절실해진다면 우리의 선택은

정치를 하는 것은 가진 사람을 위해서도 안되고 없는 사람만을 위해서도 안되며 한 분야만 아는 사람이 해서는 안된다.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보아서는 안되며 모든 것을 베풀어서도 안된다. 때로는 보수적일 수 있고 때로는 진보적일 수 있으며 때론 신념보다 상황에 우선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 사람만이 정치를 할 자격이 있다. 사람들은 현재만을 기억하고 변해서 좋아질 세상을 꿈꾸지만 사실 그걸 만들어줄 수 있는 능력 있는 정치인은 역사를 통틀어 손에 꼽는다.


온전한 사람을 보려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일관적으로 일치하는지 보면 된다. 자신에게 적용되는 잣대와 다른 사람을 대하는 잣대가 다르다면 그런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궤변을 늘어놓는다. 근거가 없이 자신은 원래 그 정도는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대표적인 사람이 정치인이지만 그 정도가 다를 뿐이지 주변에 그런 사람은 수없이 많다.


빅토르 위고가 쓴 레 미제라블의 시대는 프랑스혁명의 시대이다. 빵 하나 사 먹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던 그 시기에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교수대에 보내고 나서 정권을 잡은 로베스 피에르는 진보를 넘어선 급진 개혁 새력이었다. 힘든 시기 바꾸어야 된다고 말했지만 그 이후에 대책이 없었던 경제적 무능의 대명사였다. 정치적으로 무능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행태는 과거를 가지고 현재의 무기력함을 포장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전정권의 문제를 자꾸 언급하면서 그래서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큰 정치인들은 큰 문제를 외면하고 작은 문제에 집착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연결이 되어 있다. 로베스피에르는 빵값을 어느 정도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최고 가격제를 정해버린다.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는데 그렇게 만들어버리면 문제는 더욱더 곪아가기만 한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대책만을 내 세우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진다. 모든 문제는 연결이 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를 이루는 팀원들이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무능력하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전문분야뿐이 없을 때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 혁명이 일어났던 프랑스는 오랜 시간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했었다. 프랑스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하였기에 노령화에도 그렇게 큰 문제에 직면해 있지가 않다. 15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노령화 사회로 들어섰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령화가 30년이라는 시간에 걸쳐서 진행된 일본은 나이가 들어서도 어떻게든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21세기를 시작했다.


한국은 어떨까. 노령화의 시간이 25년에 불과하다. 지금이 딱 좋을 때지만 10년만 지나면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노령화에 많은 문제가 도출될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모두 그 시기에 비생산인구로 바뀌게 되는데 그들 역시 먹고 살 것이 마땅치 않아 다시 노동시장으로 나올 것이다. 정부는 어쨌든 간에 뾰족한 대책(자신의 이해관계를 버리고 열심히 한다면 모르겠지만..)은 없을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하는 일외에 다른 것을 유심히 살펴보며 경험을 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가능하다면 30대부터 하는 것이 최선이다.


빵 하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하루의 식사다. 장발장으로 더 많이 알려진 레 미제라블에서 미제라블(Misérables)은 불쌍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레(Les)가 붙으면 불쌍한 사람들이 된다. 혹시 영어로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Les는 영어로 여성 동성애를 의미한다.


요즘 시기가 레미제라블이 쓰였던 그 시대와 같다고 볼 수도 없고 그 정도로 비참해지지도 않을 것이지만 어디선가에서는 그런 불쌍한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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