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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4. 2016

어카운턴트

의외의 매력이 숨겨져 있는 영화

어카운턴트는 너무나 뻔한 플롯의 영화라고 보이는 혹은 보여지는 스타일의 영화다. 평범한 직업에 종사하는 직업에 종사하다가 의외의 터닝포인트로 인해 갑자기 생존력이 강한 캐릭터로 거듭난다는 설정은 익숙하다 못해 진부하기까지 하다. 이제 그런 설정의 영화가 너무 많이 등장하다 보니 완성도는 디테일에서 갈리기 시작했다. 최근 배트맨의 주인공으로 낙점되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벤 에플릭이 주연을 맡은 어카운턴트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다룬 영화이기도 하면서 기업 윤리와 선악에 대한 모호함을 잘 그려냈다. 


자폐증을 앓는 사람이나 계산이 천재적으로 빠른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던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 공감하기 힘들어한다는 점이다. 벤 에플릭이야 원래 연기를 잘하는 배우여서 그런지 덤덤하면서도 무표정한 자폐증 환자의 연기를 잘 해냈다. 특히 자신의 동생과 재회하는 장면에서 수줍어하는 미소는 아마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닐까. 

조그마한 회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다른 부업으로 위험한 사람들의 돈세탁을 도와주는 크리스천 울프는 태어날 때부터 자폐아로 태어나 아버지의 관심을 듬뿍(?) 받으면서 자라난다. 군에서도 특수한 분야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는 아들이 제 앞가림이라도 하기 위해 혹독한 체력훈련과 무술 훈련을 하게 시킨다. 보통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 심각하게 집중하여 사회생활을 못하는 반면  그중 극소수는 예술이나 수학 등에 특이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예술가나 음악가, 물리학자도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 영화 속 주인공 울프도 그렇다. 어딘가에 집착하는 자신의 병증을 고치기 위해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산다. 


대중적인 작품과 대중이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작품을 보유하고 클래식을 들으면서 헤비메탈로 균형을 맞춘다. 사람들은 균형을 맞추는 것을 좀처럼 어려워하고 한 번 빠지면 그 분야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어한다. 특히 영화에서 포커싱 되는 작품은 바로 잭슨 폴락의 작품이다. 


잭슨 폴락이 미국 예술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신에 가깝다. 예술 불모지라는 혹평을 유럽인들에게 받아가며 살아가던 미국인들에게 자신의 예술 색을 완성한 잭슨 폴락은 '드립 페인팅'이라는 혁신적인 기법을 통해 회화의 정의까지 바꾼 사람이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고생하던 잭슨 폴락은 단 4년 동안 혁신적인 작품을 만들고 충동적이며 폭력적인 성격이 다시 겉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작품 활동도 하지 못하다가 1956년에 만취상태로 차를 몰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선과 악의 기준이 무엇일까. 예전에는 그 경계가 명확했지만 점점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탈법과 합법의 경계 역시 국가에 따라 혹은 정부가 어느 정도 허용해주냐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기 일수이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어 보이지만 자신이 가진 성향이 안정적인 것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울프는 위험한 일을 하면서 줄타기를 하면서 살아간다.


확실하게 자신의 일을 해결하는 회계사의 특징이 킬러로서도 유감없이 발휘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죽이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판단기준에서 악하다면 가차 없이 저 세상으로 보낸다. 비전은 훌륭해 보였지만 과정이 비열한 기업의 대표를 처리하는 데에도 망설임이 없다. 


이 영화는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보기에는 수준이 괜찮은 영화이다. 선과 악의 모호함이라던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내면 심리 묘사를 비롯하여 실제 무능한 요원이었지만 유능한 재무부 국장으로 자리한 레이 킹과의 관계가 퍼즐처럼 맞추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생은 짧고 시도하지 않고 보내기엔 너무나 아깝다. 


Solomon Grundy 


Solomon Grundy, 
Born on a Monday, 
Christened on Tuesday, 
Married on Wednesday, 
Took ill on Thursday, 
Worse on Friday, 
Died on Saturday, 
Buried on Sunday: 
This is the end 
Of Solomon Gru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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