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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4. 2022

빛의 궤적

청양 새로운 명소 빛 섬 아트갤러리 (Vitsone Art Gallery

2022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단풍은 익어간다. 단풍이 익어가면 자연스럽게 땅으로 떨어져 내년을 기약하며 다시 내년의 꽃을 기다리게 만든다. 내년의 꽃은 익어간 단풍을 머금고 피어나기에 더 화사해질 것이라고 기대를 해보는 시간이다. 오래된 것들은 때론 새로운 것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청양의 정산면에 명소가 없는 것이 아쉬웠는데 연초 창고를 활용하여 빛 섬 아트갤러리로 만들었는데 10월 15일에 정식으로 오픈하게 된다. 

오래된 구조물이 새롭게 쓸모가 있어질 때 더욱더 가치가 있어 보인다. 정산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원과 구조물의 조화가 어울리는 곳이다.  

토목구조물에 사용되던 암거가 이렇게도 사용이 되다니 색다르게 보인다. 암거는 설치 목적 및 용도에 따라 직사각형 형태의 박스 암거로 보통은 철도나 도로 등의 아래에 인공수로를 만들 때 사용한다. 사각형의 암거 아래에서 차 한잔을 마시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그 앞에는 기찻길에서 사용되던 것들이 바닥에 놓여 있다. 

빛 섬 아트갤러리는 카페와 갤러리를 공유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정산 지역에 ‘빛’을 나누기 위한 ‘빛섬상생프로젝트’도 첫 번째 결실을 보게 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빛 섬아트갤러리에 김 신부가 작업한 600여 점이 상설 전시된다. 1940년생으로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김인중 신부는 스위스 프리부르대와 파리 가톨릭대에서 수학한 뒤 1974년 프랑스 도미니코 수도회에 입회했다고 한다. 

그림을 계속하려면 나가고, 사제로 남고 싶으면 그림을 포기하라라고 했지만 김신부는 수도원 문화를 담은 성당의 스테인글라스를 제작해 나갔다고 한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그 구조가 잘 남아 있어서 그대로 활용하였다고 한다. 현대적이지만 근대적인 느낌이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색채와 형태들은 독특한 진실의 힘에서 나오는 듯하고 창조되었다고 하는데 김신부는  2019년에는 서양풍의 화려한 색채와 동양풍의 수묵화 기법을 접목한 예술적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았다고 한다. 

유리는 예술에서 매혹적인 재료이지만 쉽게 접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유럽 등에서는 유리로 하는 공예가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중세의 건물이나 천주교 성당에서 보면 스테인글라스를 이용한 다양한 빛의 향연을 볼 수 있다.  

후라 잘레리코의 환희에 넘치는 색조들을 공간에 담기 위해 시간을 더 써야 했다고 한다. 내적 자유를 추구한다는 것은 세상과의 충돌을 의미하기도 한다. 

수많은 색이 빛을 만나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공간이 여유롭고 넉넉해서 좋은 곳이다. 정산이라는 지역은 가끔씩 마음먹고 가야 돌아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이곳이 생기고 나니 자주 가고 싶은 생각이 들 듯하다. 

갤러리를 나와서 보니 기찻길처럼 길이 저 앞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때론 필자의 길은 이렇게 이어지기도 한다. 진실의 힘이라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눈부시고 아름다우면서 빛나는 것들을 볼 수 있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아이러니하게 앞을 볼 수 없을 때야 비로소 마음으로 보고 우리는 진정한 사랑, 삶의 지혜에 눈을 뜬다고 한다. 가을도 생명도 날마다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만한 자격이 있다고 한다. 자 잠시 시간이 있다면 가을을 상상해보자. 어떤 것이 연상되는가. 설마 떨어진 주식이 아른거리는가? 그럴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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