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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4. 2022

맛의 감초

동죽이 넘쳐나는 서천의 바다 생태 탐방(生態探訪)

보통의 감초는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주변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감초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특히나 사람 관계나 음식에서 감초를 외면하면 섭섭하기까지 하다.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지만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문명사회에서 누리고 버리는 것들이 대부분 바다로 흘러가지만 바닷속에서 어떻게 바뀌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다는 지구에 존재하는 침묵의 거인이며 육지보다 훨씬 거대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천의 갯벌이 이어지는 곳은 철새 나그넷길이기도 하지만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생태탐방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정된 곳으로 가며 쓰레기는 버릴 곳이 없으니 가져가야 한다. 만조시(바닷물이 들어왔을 때) 안전을 위해 생태탐방로 바닷길로 가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이곳은 선도리 갯벌체험장인데 선도 3리에서 다사항까지 이어지는 생태길이다. 

물이 빠지고 난 후의 갯벌을 보고 있으면 작은 게들이 끊임없이 오가는데 정말 재빠르다. 멀리서 보이는가 싶으면 몸만 일어서도 금방 들어가 버린다. 사람들은 지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지만 우리도 지구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체에 불과하다. 

바다에서 나오는 먹거리 중에 동죽이 있다. 동죽만을 사용한 음식이 있지만 대부분의 음식에서는 주재료보다는 부재료로 사용이 될 때 더욱 빛이 난다. 그래서 맛의 감초라고 부른다. 바다에서 가장 많이 채취할 수 있는 동죽 역시 갯벌이 살아 있어야 지금처럼 저렴하게 먹을 수가 있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감칠맛이 있는 동죽은 단백질, 지방, 칼슘, 철분, 비타민, 나트륨 등이 있다. 

생태학적으로 갯벌에는 약 720여 종류의 갯벌 생물들은 각자 놀라운 생존 능력을 갖고 있다. 갯벌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으면 나름의 예술세계를 펼치는 생물들이 있다. 갯벌에는 달랑게, 엽낭게, 비단고둥 등이 찌꺼기와 작은 미생물을 먹고 나서 작은 모래 알갱이들을 잔뜩 쌓아 놓는다. 

우리는 자연을 소비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자연을 생산하는 데에는 인색하다. 그나마 생태보호를 위해 오염물질을 수거하거나 사람들의 방문을 제한하는 것을 하며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바다의 작은 동물들이 하는 생태교란은 오랫동안 쌓여 왔던 아래쪽의 오염된 퇴적물을 새롭게 바꿔주어 갯벌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갯벌 식생 복원사업은 해양수산부가 올해 신규로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이는 갯벌의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온실가스 저감,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탄소 흡수력이 높은 염생식물 군락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바다의 물이 빠져나가고 나면 밀물과 썰물이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조수웅덩이라고 부르고 있다. 습한 곳을 좋아하는 갯벌생물들을 위해 조수웅덩이나 갯고랑은 잠시의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다.  펄갯벌이나 혼합갯벌에 살고 있는 칠게는 새로운 굴을 파거나 막힌 굴을 수리할 때 갯벌 표면에 구멍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검은색으로 변한 오염된 퇴적물이 공기 중에 드러나면서 산소를 공급받게 된다.  

세계유산제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하는 것으로 유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고 있다. 하루에 두 번, 인류가 일상생활을 하는 낮 동안만을 따지면 하루에 한 번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갯벌은 바다의 밭이다. 공주 중에 산소와 같은 생멸 줄이 바다의 갯벌에 있다. 깊은 갯벌 퇴적물과 같은 복잡 다양한 생성·진화 과정을 거친 생물다양성을 기반으로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이 서천의 갯벌이기도 하다. 

바다의 길은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이곳에서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길로 걸어서 나아가 본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처럼 한국의 갯벌은 세계적으로 탁월하며 자연, 인간, 바다와 생명이 어우러진 명품 생태힐링공간이자 국가 관광의 거점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바다생물 모양의 창으로 보면 해안선과 나란히 모래사장이 가늘게 이어지고, 그 안쪽으로 펼쳐지는 갯벌은 아래보다 한결 넓어 보이기도 하다. 

바닷물이 끊임없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며 그 아래에는 보이지도 않은 수많은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면 알 수가 있다. 크고 작은 조수로가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고 레드카펫과 같은 염생식물을 보며 즐길 수 있는 갯벌에서 나온 동죽으로 만든 음식을 먹어볼 시간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10월의 서천 갯벌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멀리서 철새들이 얕은 바다에서 쉬고 있었다. 이곳 생태길은 마을을 잇는 한적한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길으로 중간중간에 조성한 작은 공원과 전망대에서 일부 구간을 걷거나 쉬어갈 수 있다.

동죽은 시원한 맛으로 인해 수제비나 찌개, 칼국수 등과 같은 국물 요리에서 깊은 육수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멀리서 바라보면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죽은 땅처럼 보이는 갯벌은 온갖 생명의 먹이활동으로 바쁜 곳이다. 그곳에서 동죽이 자란다. 이름을 열거하기도 힘든 수많은 생물이 구멍에서 기어 나와 바닥을 누비며 이곳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문득 서천의 갯벌에서 하늘이 펼쳐져 있는 곳에서 풍광을 만나본다. 맛의 감초처럼 인생의 감초같은 선택을 가끔씩 해보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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