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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0. 2016

No Show

약속은 매너의 기본이다. 

인생은 끊임없는 약속의 연속이 이어져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람들과 약속을 하면서 살아간다. 미성년자일 때에는 약속을 어겨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습관이 남아 있으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다. 선진국일수록 국민들은 약속에 상당히 신중하게 생각하고 될 수 있으면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후진국일수록 국민들은 약속에 덜민감하고 둔감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국은 No Show 근절 캠페인을 곳곳에서 펼쳐나가고 있다. No Show란 펜션, 호텔, 공연, 기차, 비행기 등의 좌석을 예약하고 별도의 취소 통보 없이 나타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문제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그 공간을 낭비하게 하는 경우이다.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행위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게 만든다. 


한국 사람들은 약속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보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경향 때문일까? 정치인들이나 예능인들도 약속을 하지만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시 불거진 유승준 문제도 그러하다. 유승준의 입국이 허용되지 않는 문제는 단순히 병역기피를 했기 때문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치인의 자식이나 힘 있는 사람들의 자식들도 군대를 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왜 유승준만 가지고 그러냐라고 변호하지만 그건 관점이 전혀 다르다.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은 자기 자식을 군대 보내겠다고 유세 떨지 않는다. 그냥 조용하게 안 보내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


그런데 당시 유승준의 행동은 어떠했는가. 매스컴과 무대에서 자신이 군대를 꼭 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일반 대중들과 약속을 한 것이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대중들과 약속을 하면서 당시 예능인 병역기피 분위기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 결과 바른생활 사나이처럼 인식되면서 인기와 명예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잠시 잡은 것처럼 보였지만 몰래 미국으로 입국해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병역기피를 함과 동시에 인기는 급 추락했다. 1:1의 약속도 소중한 법인데 무려 수십만 아니 수백만의 국민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그 행동은 15년의 입국 금지가 과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이유이다. 


전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사람들 중에 혹은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성공이나 명예를 얻은 사람들 중에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 관계에서 가장 기초적인 관계의 시작인 약속을 소홀히 하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는 없다. 약속을 쉽게 어기게 되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도 그럴 수밖에 없다. 그냥 던지는 말이 그런 가운데 나오는 것이다.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아무런 의미 없는 말을 굳이 할 필요 없지만 그냥 다른 사람들이 그러니까 자신도 그렇게 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다. 


식당이나 호텔 등 사업을 하는 곳에서 No Show가 관행이 고착화되면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사업자는 오버해서 예약을 잡게 된다. 그 결과 피해는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다. 가까이 보면 일개 사업자의 손실처럼 보이지만 호수에 던진 돌멩이가 파동을 일으키듯이 사회 저변으로 확대해나간다. No Show는 책임 있는 소비문화를 안착시키는데 걸림돌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직 성숙되지 못한 국민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약속을 지키는 사회분위기는 결국 신뢰로 이어지고 신뢰는 사회 전반을 변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약속을 소중하게 지키는 분위기는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이 파동을 일으키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결국 사회 전반을 정화하는 중요한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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