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예술의 진수 검이불루 화이불치
백제의 문화라고 하면 특징이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 華而不侈)는, 백제 예술의 진수를 표현한 그 말 그대로 나이가 들어가는 삶 역시 그것을 지향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백제의 역사에 대해 “절과 탑이 매우 많다(寺塔甚多).”라고 기록하고 있는 중국의 '주서'의 내용에서 보듯이 백제는 삼국 가운데 불교 미술이 가장 발달하였다.
올해 백제문화제가 열렸던 공주는 지금은 조용하지만 곳곳에서 백제의 예술과 닮아 있는 다양한 전시전이 열리고 있다. 공주문화예술촌은 상시로 전시전이 열리고 있는데 11월에는 박동욱 개인전으로 흙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돌을 작품으로 만들어서 전시를 해두었다.
백제의 미학이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면 우리 민족의 미학이기도 하다.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러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가.
돌은 단순해 보이지만 자연물과 창작물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그 안에 있는 여러 광물질과 유약과 고온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변화를 그 자체가 드러내기도 한다.
돌이 반짝이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별 것이 없어 보이지만 완전히 비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인위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다른 자연스러움을 볼 수가 있다. 어릴 때는 이쁜 조약돌을 보면 마치 보물처럼 집에 들고 간 기억이 난다. 물론 부모님은 가차 없이 그 돌을 버렸지만 말이다.
공주에는 무령왕릉으로 대표되는 백제의 무덤이 있다. 백제의 무덤은 기본적으로 고구려 계통의 묘제에서 출발하여 백제 고유의 특색이 가미되는 과정에 있었다. 형식에 있어서는 돌무지무덤(積石塚)에서 돌방무덤(石室墳)으로 돌은 중요한 재료로 사용이 되었다. 백제 25대 무령왕과 왕비의 능은 터널형 벽돌무덤이다.
흙은 그냥 부스러지듯이 흩뿌려지지만 점점 압축되면서 단단한 돌이 된다. 돌의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그냥 돌이지만 어떤 의미를 담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백제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는 '검이불루 화이불치 made in 대백제'는 백제문화제에서 선보인 체험전이기도 하다.
무령왕릉의 입구에는 머리에 쇠로 만든 뿔이 있고 몸의 양쪽에 불꽃같은 날개가 있는 상상의 동물 진묘수가 석수로 자리해 있다. 그 앞에는 지신에게 묘소로 쓸 땅을 매입하는 문서를 작성하여 그것을 돌에 새겨 놓은 매지권에는 백제 사마왕이 적혀 있어서 무령왕의 무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마치 누군가의 흔적이 남겨진 공간으로 들어가듯이 천천히 방안을 돌아본다. 아래에는 원형으로 만들어놓은 돌들이 보인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흙이지만 절대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토기와 도자기, 살아서 천 년을 견디고 도구로서 생을 다하고도 남아 있는 목재, 아무나 가질 수 없던 금속 등은 오늘날에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주변에 흔히 보던 것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발견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