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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3. 2022

미루나무 길

마음에 여유를 주는 증평 보강천 미루나무숲

어떤 대상에는 좋은 기억도 있고 좋지 않은 기억도 있다. 혹은 사건들도 연상하게 만든다. 미루나무는 어릴 때 동요처럼 기억되는 나무다. 가을 하늘 푸른 날 미루나무 여러 그루가 강변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후에 누군가를 그리워할 시간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왜 미루나무를 한 그루라고 표현한 글들이 많을까. 미루나무는 많이 심어져 있어도 그 모습이 넉넉하고 좋은 모습이다. 

증평을 처음 방문해보았다면 그 도시의 매력을 알기 위해서 찾아가면 좋을 곳이 보강천 미루나무 숲이다. 보강천변에 숲이 조성이 되어 있는데 답답한 삶에 여유를 줄만한 곳이다. 

미루나무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바로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다. 1976년 때 공종 경비구역 JSA에서 미군과 한국국이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하다가 북한군에게 도끼로 무참하게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의 나무가 그렇게 주목받았을 때는 없었을 듯하다. 전 세계에서는 그 사건을 주목했고 알려지지 않았던 JSA는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로 잘 알려지게 된다.  

꽃밭이 조성되었다가 정리가 되고 있는 보강천변에는 초기에는 아름다운 버드나무라는 의미의 미류(美柳) 나무가 숲을 조성해서 심겨 있다. 후에 국어 맞춤법에 맞추어 미루나무가 되었는데 나무에도 쓸모가 있듯이 이 나무는 이렇게 숲이나 가로수에 적당한 수목이다. 생장이 빨라 나무는 연하고 약하여 힘 받는 곳에는 쓸 수 없기에 가구나 구조목 등으로 활용되기에 적합하지 않다.  

미루나무에 뒤따르는 것은 한 그루다. 동요 때문일까? 아무튼 미루나무는 한 그루가 서 있을 것만 같다. 미루나무에서 보듯이 생장이 빠른 것은 그만큼 단단하지가 않다. 무언가를 이루는데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고 싶다면 늦게 가는 것이 좋다. 그것이 힘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미루나무는 가지가 넓게 퍼지며 잎의 길이가 지름보다 더 길어 긴 삼각형 모양인데 미루나무는 개화 초기에 유럽에서 수입하여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보강천 미루나무숲은 여유가 있으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사방이 열려 있는 곳에서 어디를 쳐다봐도 걷기에 부담이 없다. 

한 때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공동경비구역 내에 있었던 미루나무는 분쟁의 씨앗이 되어 결국 독수리 작전으로 이해 한국군에 의해 베어졌다. 미루나무가 무슨 죄가 있었을까. 

풍차가 돌아가는 보강천에 심어져 있는 미루나무는 박목월 작사인 동요 흰 구름에 등장한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살짝 걸쳐놓고 갔어요

뭉게구름 흰 구름은 마음씨가 좋은가 봐

솔바람이 부는 대로 어디든지 흘러간대요

하늘을 바라보니 조각구름은 아니고 솜구름 같은 느낌이다. 솔바람은 아니고 가을이 물러가는 바람에 슬슬 저 멀리로 날아가고 있다. 마음씨가 좋다기보다는 가고 싶은 대로 흘러가는 것이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보강천에는 이미 증평대교~장미대교 구간(500m)에 청정에너지인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LED조명 437개가 설치가 되어 있다. 이제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조명이 켜지기 시작할 것이다.  미루나무 숲 물빛공원은 물과 빛 숲을 테마로 높이 5m 규모의 풍차와 벽천분수를 비롯해 바닥분수, 정글모험놀이대, 모래놀이터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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