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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6. 2022

태고의 예술 소리

일상의 예술을 만나볼 수 있는 지리산 아트팜

좋은 풍경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귀에 좋은 소리를 들으면 거리는 멀지만 마음으로는 가까운 지인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맛있는 것은 함께 느껴보려고 한다. 성장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공감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공감과 소통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하는 사람은 찾기가 쉽지가 않다. 다양한 공간을 스토리텔링하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쓰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과 소통을 하고 짧은 시간 동안 공감해야 될 때가 있다. 

하동에서 1박을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고요함과 함께 풍요로움과 함께 태고의 예술 소리가 존재하는 곳이랄까. 지리산은 그런 곳이다. 세상과 연결이 되어 있지만 스스로 고요하게 고립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날은 일상의 예술을 만나기 위해 2022 지리산 국제환경예술제 & 대한민국 환경생태미술대전이 열리는 지리산 아트팜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빡빡한 일정 속에 국도변을 가다가 만난 아름다운 풍광에 차를 멈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섬진강은 참 독특한 강이다. 대한민국을 흐르는 강을 모두 가보았지만 섬진강만 한 풍광을 만들어내는 곳은 본 기억이 없다. 

지리산에는 생명이 있으며 알다시피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걸출한 자연을 품고 있기에 생태미술이 자리잡기에 좋은 곳이다. 자연을 활용한 예술로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도 있지만 이곳처럼 자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곳도 있다.

하동을 수없이 왔지만 지리산 아트팜은 처음 방문한 곳이었다. 예술학교를 지향하면서 개관하였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학생을 받지 못한 채 예술제만 열 수 있었다. 2023년 봄에는 학생들을 받아서 학교로서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옷은 떨어져야 사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옷은 그냥 유행이 바뀌면 사는 것이지 기능상으로서는 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즉 우리는 많은 것을 소모하면서 살며 많은 것을 버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꼭 필요하지 않은 것도 사고 버리고 채우고 있다. 

이곳에는 많은 작품은 아니지만 직관적으로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작품들이 놓여 있다. 자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진흙이나 나무를 활용한 작품부터 도시에서 혹은 바다에서 사용하는 것들을 활용한 작품들도 있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지리산 아트팜 캠퍼스의 학장 김성수 조형예술가의 안내로 공간을 둘러보았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으로 만든 울긋불긋 서낭당은 김성수 조형예술가의 작품이다.  

지금은 보기가 어렵지만 마을마다 있었던 서낭당은 서낭신을 모신 신역으로서 신앙의 장소였다. 우리나라에 서낭신앙이 전래된 것은 고려 문종 때 신성진(新城鎭)에 성황사(城隍祠)를 둔 것이 서낭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집에 있으면 너무나 좋을 잘 빚어진 느낌의 의자다. 넉넉한 공간에 의자 하나만 놓여 있어도 모든 것이 채워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해 준다. 

지리산 아트팜에서 독특한 작품 하나도 만나볼 수 있었다. 작품이 그려진 화폭 위에 디지털로 덧입혀진 작품이다. 그려진 작품은 정적이지만 디지털로 새롭게 입혀지면서 동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살아 있는 자연을 보는 듯하다. 

미국의 제임스 설리번이라는 작가가 미국 볏짚과 하동 볏짚에 회반죽을 사용하여 만든 내 속의 또 다른 나(If i was here if you were there)라는 작품이 야외에 전시되어 있다. 어떤 때는 작품 속에서처럼 내 속의 다른 나가 뒤에서 다른 나로 보일 때가 있다. 같지만 다른 광활한 인간의 정신세계 속에서 어렴풋하게 느끼던 우주가 짙은 안갯속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 전시공간으로 이동을 해보았다. 일반적인 미술관과는 다른 느낌으로 작가들의 정신세계로 들어가게 해 준다.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오르겔이다. 오르겔은 파이프오르간으로 일반적인 스피커와 전혀 다른 음감을 만들어낸다. 오르겔은 악기 기능 외에도 조형미의 아우라가 있는 악기다. 자연 미학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그에 맞는 시대적 음악을 통해 음악과 미술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어준다. 

실제 오르겔의 소리를 들어보니 음악제가 있었을 때 방문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지난 19일에 열린 연주회 시작 음악 퍼포먼스는 박영란과 송영탁이 꾸미는 ‘회상’과 ‘엄마야 누나야 ×Fugue in A minor’, ‘바이올린 소나타 2 in A minor’, ‘리베로 탱고’, ‘지리산 사계’, ‘상령산’, ‘더: 길’ 등을 감상해볼 수 있었다고 한다. 

건반을 하나 눌러보았을 뿐인데 음의 파장이 공간에 퍼지는 것이 바로 느껴진다. 올해 열린 지리산 국제 오르겔 음악제는 생명 본산 지리산의 대자연 소리를 담았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빛을 그린 화가가 있듯이 외로움에서 찾은 새로움과 돌아올 곳이 있다는 위안으로 보낸 시간이다. 섬진강을 어떻게 그릴까 생각 중이었는데 이 작품을 보고 어떻게든 시작을 하면 누군가가 끌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속의 다른 나는 그렇게 내가 가는 길을 조금씩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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