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Nov 26. 2022

차 한잔 하실래요?

마음의 길을 따라가는 느낌의 도심다원 차밭

옛날 옛적에 하동 화개에는 도심사라는 사찰을 비롯해서 수많은 사찰이 있었다. 지금이야 쌍계사와 칠불사만이 대표적으로 남아 있지만 지리산 안쪽에 품이 좋아서 그런지 사찰을 세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도심사의 도심은 길도에 마음 심이라는 한자를 사용한다. 마음에 길이 있는지 길을 가다 보면 마음이 생기는지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정해지지 않았지만 분명히 길은 있다. 지리산 자락에 떠 있는 태양의 빛이 땅에 도달할 때처럼 말이다. 

눈으로 볼 때나 사진을 찍고 나서 볼 때 빛의 여운이 땅과 물, 필자에게도 닿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런 길을 찾고 싶을 때 차 한잔도 생각난다. 하동 하면 녹차의 고장이 아닌가. 녹차로 유명한 보성이나 강진도 있지만 가장 이른 찻잎을 딸 수 있는 곳은 바로 하동이다. 

이른 아침이어서 차 한잔을 마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동 녹차 덕분에 이곳은 아직도 봄처럼 보인다. 이슬을 먹고 자란 깨끗한 맛이라는 녹차는 따뜻한 녹차를 한 모금 머금으면 상쾌한 떫은맛과 은은한 쓴맛과 순한 단맛까지 우러나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도심다원이라는 찻집을 찾아갔는데 우연하게 본가로 들어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리 중이셨던 차밭의 주인분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감사하게 들어가 본다. 

대를 이어서 차밭을 운영하고 있는 분과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동과 차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도심다원은 옛날에 있었던 사찰 도심사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차에도 마음이 담긴다는 의미였을까. 차밭 주변의 산림과 바위가 어우러지는 독특한 경관 형성의 가치가 있는 곳이어서 하동 차는 그 유래가 깊다. 

각종 다기와 함께 상을 받은 것들이 눈에 뜨였다. 1,000년이 넘었다는 차나무는 없지만 그 DNA를 이어받은 차나무들은 이곳에 있다. 

중국차와 한국차는 다르다. 땅과 물이 다르기 때문인데 그래서 중국차는 진하고 차만을 가지고 많이 마시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음식과 같이 먹는 편이다. 느끼한 중국음식은 그만큼 강한 맛의 차로 중화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관에 물을 붓기 전에 적당한 온도로 식히는 그릇인 숙우, 다기를 올려놓는 상과 소반, 다포, 다시, 다탁, 퇴수기, 다완, 다선, 다연, 다호등 녹차와 관련된 다기세트들도 있다. 

차를 나름 배부르게 마시고 나서 도심다원의 차밭을 둘러보았다. 하동에는 초의선사 다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초의선사가 다도의 길에 들어서고 다선 삼매(茶禪三昧)의 경지에 이른 데는 다산 정약용의 영향이 컸다. 앞서 말했던 강진이라는 곳에 정약용이 유배를 갔는데 그에게 1809년 다산초당으로 스물네 살의 젊은 승려가 학문의 배움을 얻고자 찾아온다.  다산은 그에게 유학뿐 아니라 제다법도 가르친다. 그 젊은 승려가 초의선사다. 

하늘을 바라보고 땅을 바라보니 그 모습이 꽤나 좋다. 이 지역에는 천년 차나무와 유전 형질이 유사한 15 개체가 산재되어 있어 후계목으로 학술적인 보전가치가 인정되어 천년 차나무 보전관리 지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있으면 그림이 된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아~ 내년에 한 살 더 먹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겠지.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하동의 자연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전통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