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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9. 2022

시간이 만든 공간

수십억 년 전부터 만들어진 증평 연암지질 생태공원

시간적으로 너무나 오래전으로 돌아가게 되면 감이 잘 오지 않는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시간의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억년 단위로 가게 되면 정말 모호해지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시간에 대해 배우는 것은 우리의 근원을 아는 일이기도 하다. 선캄브리아 시대가 없었다면 지구상에 우리가 숨을 쉴 수 있는 산소도 등장하지 않았다. 무려 40억 년 동안 지속되었던 그 시기에 산소는 대기를 채우기 시작했다. 

증평에 있는 연암 지질 생태공원의 주변에는 수십억 년 전 생성된 선캄브리아 편마암에서부터 약 1억 년 전 중생대의 화성암, 백악기의 퇴적암 등이 분포돼 지질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곳이라고 한다. 

 저수지를 둘러싼 야산과 수려한 경관으로 산책하기 좋은 공원으로 증평 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10~15분 거리에 위치한 수변 생태공원이다. 데크길뿐만이 아니라 수변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도 있다. 이곳에는 암석원, 생태 체험장, 휴게쉼터, 세족장, 숲 속 피크닉장, 출렁다리, 진입로 휴게쉼터, 전망데크, 지질 탐방로 등이 자리하고 있다. 

토털 리콜과 같은 영화에서는 산소를 만드는 알려지지 않은 신비와도 같은 기계가 등장하지만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 중에 산소는 정말 오랜 시간 나온 결과물이다. 시생 이언 때는 광합성 원핵생물의 출현으로 바다에 산소가 축적되었으며, 대기 중의 산소 농도도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오랜 시간 동안 변화한 것이다.  

데크길로 가면 마치 증평을 상징하기라도 하는 듯한 독특한 조형물이 끝에 자리하고 있는 출렁다리가 나온다. 멀리서 보면 왕관 같기도 하고 나무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리를 건너가 본다. 선캄브리아 시대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J.R.R 톨킨의 실마릴리온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 소설에서는 시간의 시작이 등장한다. 실마릴리온은 요정어로 '실마릴의 노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주요 줄거리는 실마릴이라는 신성한 빛을 담은 보석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인데 보석은 결국 오랜 시간에 걸쳐서 압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닌가. 

인간이 측정하던가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의 힘을 가진 것에 대해 경외심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매우 값어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는 데는 없어도 되는 보석들은 모두 그렇게 만들어졌고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잘 살펴본다면 보석이 나올 수도 있을까란 생각은 안 하는 게 좋겠지? 

지질공원은 "단일의 통합된 지리적 영역으로서, 국제적인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명소이며, 보호·교육·연구·지속 가능한 자연자원 및 문화 자연과 연계하여 이용하는 지리적 공간"을 뜻한다. 

실마릴리온을 생각하면서 걷다 보니 마치 그런 세계를 보는듯한 착각도 느끼게 한다. 해가 저물어가는 저수지의 모습은 이렇다. 

한국에서는 국가지질공원 제도가 2011년 도입되었으며 이후 13개 지역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증평과 가까운 곳에는 단양에 있는 지질공원이지만 연암지질 생태공원도 더 잘 살핀다면 지정이 될 그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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