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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1. 2022

감문국 (甘文國)

변한계의 소국 감문국에 살았던 공주의 이야기 

그녀는 해가 저물어가는 때에 강가에 나가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크지 않은 나라여서 하루 종일 걸으면 나라의 끝에서 끝까지 갈 수 있는 감문국은 공주의 살고 있는 나라이며 소국이다. 부족에서 국가의 모습으로 바뀌게 되는 시점에 세워진 국가이기도 하다. 1,800여 년 전 현재 김천이라는 도시의 절반 정도의 면적에 자리했던 나라였다. 

경상도 지역은 감문국과 같은 소국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감문국이 자리한 곳은 변한 12국이 자리하고 있었고 동쪽 편에는 진한 12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감천 중하류 지역은 비옥한 충적 평야가 자리하고 있었다. 감문국이 자리했던 곳에서 주변을 살펴보면 사통팔달이 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라져 간 옛날이야기를 하기에 장군의 이야기가 좋을까. 왕의 이야기가 좋을까. 아니면 역사의 기록처럼 신라의 옛날 모습이었던 사로국이 영역을 확장해나가던 때에 토벌된 안타까운 역사이야기가 좋을까. 역사 속에서 보면 토벌된 국가의 공주가 강한 국가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가 유독 많은 것은 왜일까. 

자연스러운 국가의 발전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국가의 공주는 애처롭게 느껴진다. 감로국 공주와 신라 총각은 한눈에 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랑에 빠졌는데 집안에서 이를 눈치채고 반대하자, 공주가 궁에서 도망쳐 총각을 기다리다가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왜 다른 나라의 사람과 사랑에 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라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 신라가 이찬 석우로를 대장으로 삼아 감문국을 토멸하고 그곳을 감문군으로 삼았다는 기록은 모든 사료에서 감문으로 등장하였다고 한다.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간 그 이야기를 그렇게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감문국은 읍락 국가이기는 하지만 국가의 체계를 갖추고 있었으며 유산 북쪽과 동원(東院) 옆이 궁궐이 있었던 나라다. 작은 국가의 궁궐의 흔적은 1960년대 말까지 양천리 487번지 마당에 감문국 시대의 궁궐 초석이라고 전해지는 가공한 석재들이 몇 기 남아 있었다고 한다. 

한 국가의 도읍이 그렇듯이 감문국에도 궁궐의 연못이 있었다. 1934년에 우준식(禹雋植)이 편찬한 ‘감문국개령지(甘文國開寧誌)’에서 동부 연당이 삼한시대 소국인 감문국의 궁궐에 딸린 연못으로 감천과 인접해 입수와 배수가 용이한 이곳에 궁지(宮池)로서 동부 연당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주가 살았던 시기에 큰 나라라는 것에 대한 개념은 모호했을 것이다. 옛날의 그리스처럼 도시국가 수십 개가 소국으로 연방을 이루면서 살아가던 때와 비슷할 듯하다. 한반도 중남부 지방에 무려 78개국이 있었으며 지역마다 소국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감로국 지역이었던 이곳을 거닐게 된 것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감문국 이야기나라 조성사업은 마무리가 되어 개령면 동부리 일원 20,120㎡부지에 역사문화전시관을 중심으로 각종 역사테마 체험시설을 조성하고, 감문면 삼성리에 위치한 금효왕릉을 정비해두었다. 김천의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이곳에 물놀이장이 있어서 가족단위로 방문하고 있다. 

감로국과 같은 곳은 스토리를 만들기가 어렵지가 않다. 흥망성쇠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역사이야기에 살을 붙이면 더 현실감이 생기고 이야기에 생동감이 살아날 수 있다. 원룡 장군과 금효왕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왕과 왕비가 거닐었던 연못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살아 있는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몫이기도 하다. 

감문국이었던 곳을 돌아보고 나오면서 지고 뜨기를 반복하는 태양을 바라본다. 공주 역시 동부연당을 거닐며 붉게 물들어가며 하늘에 수놓은 구름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본래 감문소국이었던 것을 557년(진흥왕 18)에 군주(軍主)를 두고 청주(靑州)라 하였으며, 진평왕 때는 주를 폐하고 661년(문무왕 1)에 감문군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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