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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4. 2022

차의 온도

몸의 온도가 내려갈 때 마음의 온도를 높일 카페청

때로는 이렇게 한가하고 세상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보내면서 인생이라든가 하는 것을 정말 소중히 사랑할 줄 아는 그 오래고 깊은 마음들이 우러나올 것만 같은 차 한잔이 생각날 때가 있다. 삶에서는 큰 것이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소소한 뭐 그런 것들이 따스한 법이다. 시인 백석이 생각했던 눈이 폭폭 내리는 날은 아니었지만 어디선가 나타날 나타샤가 있을 것만 같은 강진의 카페청으로 발길을 해본다.

사람은 아무 일이 없을 때는 그 이전에 가졌던 소중함을 모를 때가 있다. 다만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할 뿐이다. 나중에 반드시 깨치는 날이 있는데 그건 겪어봐야 알 수가 있다. 

사의재 안에 자리한 카페여서 같은 한옥 스타일로 만들어진 카페다. 다양한 먹거리와 마실거리가 있는데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을 해본다. 차의 온도가 따뜻한 것이 좋은 계절이다. 

카페는 복층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2층은 아담한 것이 카페청의 특징이다. 요즘 대부분의 카페들의 특징처럼 이곳에도 책이 비치가 되어 있다. 음료를 주문했으니 어떤 책을 선택해볼까.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아보는 것도 좋다. 오래된 나무의 향기가 카페 안에 머물고 있었다. 페르시아 잠언에 따르면 신은 아는 것은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한다. 마음속의 눈으로 삶의 본질을 찾는 것이 바로 그 길로 가는 가는 것이다. 

창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떤 창을 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할 때가 있다.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창에는 버티컬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의재는 지역에서 살아보기’를 제안하는 공간으로 고택인 한옥을 숙박시설로 탈바꿈시키고, 지역 주민들과 직접 호흡하며 정담을 나눌 수 있도록 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잠시 이렇게 머무는 것도 좋다.  

화병에 꽂혀 있는 꽃을 보니 그림 그리기에 딱 좋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란 꽃이 꽂혀 있는 남색의 화병과 그 창 너머로 한옥이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어떤 음악을 들어볼까. 음악이란 직관적이기도 하지만 기분을 전환시켜주기도 한다. 영국의 작곡가 토마스 아데스는 신비한 바리케이드라는 곡을 편곡하였다. 쿠프랭의 곡을 재치와 섬세함을 더해져서 만든 곡은 가장 이상적인 하루가 어떤지 느끼게 해 줄지 모른다. 

밥의 온도, 차의 온도, 음식의 온도, 몸의 온도, 감성의 온도가 너무 뜨겁지도 않으며 식은듯하게 김이 빠지지도 않았으며 몸의 기운을 돋아줄 만큼이 딱 좋지 않겠는가. 한 끼를 먹던 한 잔의 차를 마시든 간에 나무의 향이 배어 있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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