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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5. 2022

김밥에 진심

김밥은 간식이 아니라 요리가 된다. 

1,000원에 한 줄 하는 김밥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김밥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음식인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음식들은 식재료들이 대부분 하나로 어우러져서 그 흔적을 찾아가면서 먹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렇지만 명확하게 어떤 식재료가 들어가 있는지 보면서 먹는 음식이 있다. 바로 김밥이다. 김에 말았다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김밥에는 모두 개성이 있다. 


조선시대 이후 김을 활용해서 만든 다양한 음식이 존재하였는데 김과 식재료를 넣은 음식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밥은 질지 않으면서도 잘 퍼지게 지어 쌀알의 형태가 유지되도록 하는데 참기름과 소금을 약간 섞어서 간을 한다. 초밥은 요리처럼 생각하면서 김밥을 요리처럼 생각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김밥의 가격도 이제는 천차만별이다. 

안성에서 유명하다는 한 분식집을 찾아가 보았다. 이곳은 칼국수, 쫄면, 김밥, 떡볶이, 비빔밥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특히 오이지를 넣은 김밥이 인기가 무척 많다. 향긋하면서도 시원하면서 고소하고 달큼한 그런 김밥으로 다시 이곳을 지나가면 사갈 듯하다. 김밥은 가벼워 보이지만 김밥 하나에 모든 것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지역마다 맛이 있다는 김밥을 찾아다니기도 하는데 이곳 역시 입맛에 잘 맞는다. 

절인 오이, 당근, 계란, 단무지, 햄, 맛살이 서로 협조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해 김밥을 말아본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식사를 할 수 없고 포장만이 가능하다. 꼭 앉아서 먹겠다면 김밥을 말고 계시는 옆에서 먹어야 하는데 그건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김밥을 자세히 보면 색채학이 적용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황색의 당근과 색의 균형이 있는 식재료에 흰색의 쌀밥이 살포시 이들을 감싸서 함께 있도록 도와준다. 농구를 할 때 왼손을 거들 뿐이라는 말이 있듯이 밥은 그냥 얇게 재료를 감쌀 뿐이다. 

역시 어딘가를 가는 것은 맛있는 것을 찾아서 먹는 것만큼 보람이 있는 것이 없다. 배를 채우냐가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가 더 의미 있어지는 세상에서 김밥에도 진심이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밥 유람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아삭하고 맛있는 김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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